일반농가 포함 64곳, 시중공급 4천200개 중 3천900개 회수

▲ 대전 유성구 직원들이 17일 식물 살충제 성분인 에톡사졸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판매한 계란을 회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경기도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친환경 농가 60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사용금지 및 기준치 초과 살충제를 남용한 산란계 농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친환경 인증제품 또한 부실검증 제품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와 관련해 17일 오전 5시 기준 검사 대상 1천239개 농가 중 876개 농가의 검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검사결과에 따르면 농약 검출되어서는 안되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기준에 미흡한 농가는 60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살충제 성분이 과다 검출되는 등 '친환경' 마크를 뗀 채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이 불가한 '부적합 판정' 농가도 25곳이나 됐다. 일반 농가 중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된 곳도 4곳이었다. 친환경 농가까지 합하면 총 64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셈.

 

이는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유인즉슨, 주로 대형마트 및슈퍼마켓 등에 계란을 납품하는 대규모 농가는 비교적 관리가 철저한 반면, 그렇지 않은 소규모 농가들은 상대적으로 관리나 감독이 취약한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1차 조사 대상이었던 대규모 농가에서는 기준을 위반한 곳이 6곳에 불과했지만, 2차 조사에서는 소규모 농가까지 포함해서 실시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수의 농가가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16일까지만 하더라도 살충제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던 경북이나 경남 지역의 농가 조차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살충제 계란파문'은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살충제 계란파문으로' 소비자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친환경 인증 제품이라 믿고 사먹었던 소비자들은 실상 살충제 계란이라고 판명나자 신뢰가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김 모씨는 "그동안 계란에 친환경 마크가 붙어있으면 믿고 사 먹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국민의 필수 먹거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음식에 예민하다 보니 각종 육아정보 공유 카페에 계란의 안전성을 따지는 질문과 답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의 계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계란 뿐만 아니라 친환경 인증 제품 전체를 못 믿겠다", "정부가 제대로 검사하는게 맞나"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주부들의 질문은 자신이 사 온 계란 사진을 올리면서 "뉴스에 살충제 성분 검출됐다고 나온 계란은 아닌데 먹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아무래도 찝찝하니 먹지말라'거나 '마트에 가서 환불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계란에 숫자가 적혀 있지 않으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를 만류하는 댓글이 잇따르자 "제가 계란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속상하다. 정부 발표도 못 믿겠고…"라고 답했다.

 

일부 분유에 계란 성분이 포함됐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분유를 바꿔야 하는데 갑자기 바꾸면 아이에게 탈이 날까 걱정된다"며 전전긍긍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현재 전국에 있는 1천456곳의 산란계 농가 중 53%에 달하는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은 셈.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해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민간 인증 대행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이른바 '셀프인증'을 하는 등 부실인증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상당 수 소비자들은 정부가 친환경 인증을 하는 것으로 알지만 실은 정부의 위탁을 받은 64개 민간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은 업무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사후 관리만 한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지난해 농식품부에 적발된 부실인증 사례만 2천734건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에 위탁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친환경 인증 권한을 정부가 다시 넘겨받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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