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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

        강 주

 

세상의 모든 얼룩들은 결국 바다로 모인다죠

너와 내가 만날 때 사물과 사물이 맞닿을 때

어쩔 수 없이 우린 서로에게 얼룩이 되고 말아요

문득 너의 눈빛에서 아버지의 표정이 되살아나

아버지를 웃고 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도

내게 남긴 아버지의 얼룩이죠

아련하게 아버지를 해석하듯 노을은 지고

눈시울도 뜨거워지는 걸까요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아버지의 발걸음은

오래도록 떠오르지 않았지만

뚜벅뚜벅 하늘을 딛고 있는 구름은

어쩌면 그가 놓은 징검다리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디디게 될 마지막 얼룩일지도 모릅니다

나비위에 새겨진 얼룩이 나비의 무늬가 되었듯이

나뭇잎위에 새겨진 얼룩이 계절의 방향이 되었듯이

툭툭 털어내도 내가 된 얼룩의 일부가 전부가 되었듯이

바닷속에는 쉴새없이 새로운 얼룩이 탄생되고

또 누군가의 얼룩은 깊숙히 가라앉고 있습니다

나는 또 누군가에게 물기 가득한 얼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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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하고 깊은 얼룩論을 감상해본다.

얼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얼룩이라는 것은 생명이며 어떤 외침이며 꽃의 무늬이자 향기이며 웃음이며 고뇌와 눈물이기도 하다. 세계는 이런 얼룩들이 이끌어나가는 역사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얼룩이며 그 얼룩의 힘으로 한 생을 지어가는 것이다. 화자 역시 아버지가 남긴 얼룩을 뜨겁게 품고 삶의 바다를 헤쳐나간다. 그 얼룩이 오늘 시가 되어 독자들에게 향기로운 얼룩을 선물한다. 우주의 한 얼룩이기도 한 지구도 얼룩의 생몰을 끝없이 순환하며 돌고 돈다.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어떤 얼룩이 되었는지 자신을 돌아본다. 내일은 또 어떤 아름다운 얼룩들이 태어날 것이며 스러져갈까?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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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 시인/

           2016년 제1회 정남진 신인시문학상 수상.

          2016년 <시산맥>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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