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눈 뜨는 달력』발간한 김선 시인

▲     © 최한나 기자


 

국자

김선

 

밭일 하러 나서는 어머니

구남매 먹여살리느라

허리가 구부러졌다

둥글게 휘어져

한쪽이 파였다

파인 곳에 그늘이 박혀있다

오목하게 쌓인 그늘

가난한 부엌 한 모퉁이에 걸려 있다

 

               - 김선 시집 『눈 뜨는 달력』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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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전철역에서 매일 음미하던 시다. 이른 아침 밭일 하러 나서던 그 옛날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은 이른 아침 바람을 가르며 출근하는 나, 어머니라는 자리의 고달픔을 동병상련으로 안으며 주먹을 쥐고 매일 아침 조우하던 그 시다. 때론 짧은 시 한 편이 백만 마디의 웅변보다 심장을 찌른다. 그래서 시인들은 자신을 갈듯 차가운 성찰과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시의 주인공이 드디어 첫 시집『눈 뜨는 달력』을 발간했다. 참 따뜻한 보석 같은 시들 속에 방긋 웃으며 반기는 이 시를 나는 기꺼이 모셔왔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 어머니! 시인이라면 누구나 어머니에 관한 시를 한두 번쯤은 써봤을 것이다. 그 어머니의 이미지가 오늘은 국자가 되어 그리운 모성을 소환해낸다. 구부러지고 휘어졌어도 국그릇에 따끈한 모성을 담아내던 우리의 엄마들, 어머니 그 굽은 등허리를 어루만지듯 나도 국자를 든다. 무겁고 시린 등이 따뜻해온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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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시인 /

1973년 전남 고흥 출생

2013년 <시와문화>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고흥 작가회 동인

시집 /『눈 뜨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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