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최영선 기자]추석 연휴인 주말, 토요일 오후 8시 서울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놓은 듯 우아하고 수려한 야외오페라 공연이 펼쳐진다.

 

지난 8월 26~27일 막을 올린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는 널리 사랑받아온 서양 고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잔디밭 위에 마련된 지름 24m의 원형 무대는 패션쇼로 착각할 만큼 화려하게 꾸며졌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어우러진, 조선 기생으로 변신한 비올레타(소프라노 이하영)와 양반 자제가 된 알프레도(테너 김우경)의 앙상블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평창문화올림픽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동백꽃 아가씨'는 25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관람료는 1~3만 원으로 책정됐다. 통상 10만 원이 훌쩍 넘는 오페라 티켓 가격을 생각하면, 특급 오페라 공연을 금전적인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평창문화올림픽을 진두지휘하는 문화체육관광부 평창올림픽지원단 관계자는 "제작비를 봐도 사실 티켓 가격은 터무니없었다"며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특별공연인 만큼 최고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불리한 음향과 무대 여건을 감수하고서 야외 공연으로 기획한 것도 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2천 석 미만인 보통의 오페라극장의 서너 배나 되는 7천 석의 객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기관들은 이처럼 이번 평창문화올림픽을 오페라, 발레, 클래식 음악 등 고급예술들의 문턱을 낮춰 일반 국민이 쉽게 다가서는 계기로 만들기 위한 기획들을 이어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지난 2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G-365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역시 화려한 특급 무대로 꾸며졌다.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명창 안숙선, 소프라노 홍혜경, 피아니스트 박종화, 베이시스트 손혜수, 피아니스트 한상일 등 내로라하는 국내 클래식·국악의 대가들과 전도유망한 젊은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서 120분간 공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관람료는 전석이 단돈 1천 원에 불과했다.
 

당시 공연 비용으로는 2억5천만 원이 들었지만, 이는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올림픽 행사라는 대의에 공감한 출연자들이 출연료를 크게 양보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통상 신년음악회도 4억~5억 원이 소요된다.

 

오는 11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립발레단의 신작 '안나 카레니나'는 티켓 가격이 5천 원부터 시작해 5만 원까지다. 뒤이어 11월 3~5일 서울 예스24 라이브홀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는 전석 1만 원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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