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곡물의 지도』펴낸 김희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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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김희숙
어렵게 맞춘 퍼즐을
차가운 실수로 쏟았다
가을이었다
아니다 쏟은 것이 아니고
우수수 떨어진 것이었다
봄날,
저 빈 나무들의 퍼즐은 누가 맞추나 싶지만
한 며칠 외면하다 돌아보면
파릇한 새순이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다
차곡차곡 채워지는 녹색의
한 그루 나무의 풍경
푸른 부력으로 가득해지는 저것은
시간의 표본이다
저것은 나의 외면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간혹 내리는 빗줄기
수백 개의 산을 넘어온 저
지친 바람이 이파리로 안착하고 있는 것이다
퍼즐은 풍경을 가리면서 맞추고
파란 장막으로
하나하나 지워가고 있는 앙상했던 골격들
가을, 우수수 다 쏟고 나서야
나뭇가지 사이로 그 안쓰러운 퍼즐 하나가 보인다
완성된 퍼즐 위에 하얀 백지를 덮으면
다시 겨울이 된다
- 김희숙 첫 시집 『곡물의 지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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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지금 가을 수채화 퍼즐을 맞추느라 햇살의 조도를 조율 중이다. 봄 여름 지나 가을의 색깔을 이제 마저 다 익혀내고 비워냄의 완성을 향해 가는 중이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것도 생몰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또한 시인으로 산다는 것도 시심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일일 것이다. 얼마 전 첫 시집『곡물의 지도』를 펴낸 위 시의 화자인 김희숙 시인도 이번 시집으로 시인의 소중한 퍼즐 하나를 맞춰 낸 것이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한 조각 축하 퍼즐을 나도 맞추어 보았다. 하얀 백지를 덮어도 좋을 겨울이 오기 전 지난 계절의 조각들을 돌아본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퍼즐들이 제 각각 다른 색상으로 웃는다. 가끔은 비뚤게 놓인 몇 조각 반성이 반짝반짝 소중한 것은 이제 겨울로 가는 길목이 멀지 않아서인가보다.
잘 비워내는 일도 퍼즐을 맞추는 일이 아닐까?
몇 조각 남은 퍼즐을 만지작거리며 가을 속으로 한 발 더 다가간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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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시인 /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여중, 고등학교, 간호대 졸업
2011년 월간 <시와표현> 등단
월간 <시와표현> 편집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