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겸 교수     © 중앙뉴스

정의란 무엇 인가?에 대한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justice는 라틴어 Justitia에서 유래한 것으로 로마 신화의 정의의 여신의 이름이다.

 

법원하면 떠오르는 것이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여신의 상이다. 따라서 정의는 저울처럼 평형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고 정확한 기준으로 칼로 자르는 것이다.

 

정의에 관한 논의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부터이다. 플라톤에게 있어 정의는 지상의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상적인 것이다.

 

왜 ‘이상’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이상’은 ‘현실’과는 반대되는 용어이다. 현실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나온 단어 이다. 플라톤에게 있어 현실의 정치에는 정의가 결여되었다고 보고 현실정치를 강하게 부정한다.

 

그는 <국가> 제1권에서 트라시마코스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정의관을 비판한다. 도덕 파괴자적인 언사이다. 이 명제는 이성(nous)적이지 못하다. 이성이 지배하고 실현되는 나라를 꿈꾸어 왔다. 그래서 정의가 곧 이성이 된다.

 

트라시마코스가 말하는 정의를 2 가지로 규정해 볼 수 있다.

 

첫째, “더 강한 자의 이익”이다.

이는 법을 따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정치인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법을 만듦으로서 ‘약한 자’인 민중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한 자’에게 이익이라면 민중에게는 ‘해’가 되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제정하여 이를 위반하는 자들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여 처벌한다.

 

둘째, “통치자들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통치자들이 만들어 놓은 법이 정의이기 때문에 이 법을 따르는 것이 통치자를 따르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럼 그런 법을 만든 통치자들은 ‘실수하지 않는가?’라고 논박을 한다. 이에 대해 “엄밀한 의미에서의” 통치자는 실수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정의가 빛을 바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소크라테스는 “정의로운 사람”이 더 지혜롭다고 본다. 그 이유는 “플레온엑시아(pleonexia)” 즉 탐욕 때문이다. 이는 물질적, 사회적으로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소피스트인 트라시마코스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플레온엑시아”때문이라고 보며 이를 탁월함으로 본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플레온엑시아”의 추구는 사람을 온전하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본다. 따라서 지혜로운 자는 이 탐욕을 버리는 자이다. 이것이 정의이다고 본다.

 

현실정치에서 정치인의 탐욕(pleonexia) 때문에 왜곡된 세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정의가 사라진 사회를 만들고 있다. 권력의 달콤함의 유혹을 버리지 못함으로서 스스로 부정의의 길을 걷는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속담이 있다. 옥스포드 사전에서는 이 의미를 ‘세부 사항이 가장 난제’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국제간의 중요한 협상 시 큰 틀에서만 합의를 보면 낭패를 가져올 수 있다. 앞서 말한 트라시마코스의 정의 2 가지가 오늘날 정치인의 행태로 남아 있다. 정치인과 우리와 협상은 큰 틀에서만 합의가 이루어 져 있다. 그래서 그들이 만든 법을 통해 우리를 견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작은 세부(details)속에 있는 악 조건(악마)을 잡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의 탐욕스러움을 잡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에 대한 좀 더 면밀하고 자세한 규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의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쓰는 문제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4촌 이내 혈족의 의원보좌관 채용이 금지, 영국은 4촌 이내 친인척 중 1명만 채용, 독일은 친인척 보좌관을 허용하지만 대신 무보수의 규정을 갖고 있다.

 

2016년 국회 사무처 직원채용 입법고시의 평균 경쟁률은 280대1이다. 의원실 인턴도 어마 어마한 스펙을 요구한다. 일본어, 중국어 통역 능통에 국회에서 일한 경험 등의 스펙을 요구한다. 2명의 의원실 인턴 채용광고에 130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하나로 “별 따기의 자리”를 꿰어 찬다. 이들의 4급 보좌관 연봉은 7750만원이고 현행법상 국회의원 한 명이 보좌진과 인턴을 합해 9명이며 연봉은 합해서 4억5000만원 정도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연봉 전액이 세금에서 지급된다. 이런 악마를 잡아내야 한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의에 목말랐다는 이야기이다. 정의는 시대정신이다. 정의에 대한 적극적 수용은 지배정신에 대한 저항이다.


/김정겸/한국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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