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겸 교수     © 중앙뉴스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맹점을 중우(衆愚)정치라고 비판한다. 오늘날로 이야기 하자면 아무런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지 않은 아르바이트하는 배심원[어리석은: 우(愚), 무리들: 중(衆)]에게 기계적으로 손들게 해서 자신의 스승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다수결은 과연 올바른 결정인가? 

밀(John Stuart Mill)은 다수결을 ‘다수의 폭정(the tyranny of the majority)’으로 보고 사회가 경계해야할 적폐의 대상으로 본다. 그의 저서 <자유론>은 다수의 폭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자 한 글이다. 따라서 양적 공리주의 주장자인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정의(justice)라고 생각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문제는 J.S.밀에게는 고쳐 져야할 문제라고 본다.

 

벤담이 제시한 ‘감옥(이를 파놉티콘이라한다)’을 살펴봄으로서 양적 공리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보자 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예쁜 여자에게 끌리는 사람들에게 그 여자의 미모는 권력이 된다. 우리는 그녀의 감옥[panopticon: pan(모든)+opticon(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원형감옥]에서 권력자이고 그녀를 사모하는 우리 모두는 죄수다.

 

원형감옥은 중앙의 감시탑에 의해 우리 모두가 감시당하고 있다. 물론 죄수인 우리 모두는 자신이 심리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압박감을 갖게 한다. 마치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년》에등장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와 같다.

 

우리 국가정보기관은 모든 국민을 감시하는 감옥과도 같다. 

 

J.S.밀은 적폐의 대상으로 본 다수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유”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무오류의 독단으로인해 우리가 잘못된 상황에서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해를 끼칠 수 있다.  ‘무오류의 독단’은 너의 정치적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확신 때문에 그 의견을 배척하는 것이다.

 

과연 자신의 의견은 오류가 없는 것일까?

그래서 타인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갖고 배척하는 것일까? 정치권력이 개인의 자유로운 의견에 대해 처벌과 징벌로서 대응한다면 정치는 무오류의 독단이라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밀이 말하는 자유는 모든 개인에게 강제성을 동원해서 그들의 모든 권리를 간섭하고 통제하는 감옥과도 같은 사회가 갖고 있는 권리를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밀이 말하는 자유는 ‘소극적 자유’[······로부터의 자유(liberty from)]이다. 즉, 외부의 어떤 힘으로부터의 벗어나 강제나 억압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소극적 자유를 J.S.밀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누군가가 자신외의 타인의 행복을 빼앗으려 하지 않고, 또 행복해지려는 타인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뜻대로 추구하는 자유”이다.

 

소극적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극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소극적 자유는 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소극적 자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작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수정하여 소국위민(小國爲民)의 사상을 고려해볼 만하다.

 

나라는 작게 할 필요가 있다. 즉, 거대한 정치권력은 사리사욕을 갖게 한다. 이로 인해 백성은 고통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 백성을 위한 정치는 백성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소극적 자유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소극적 자유를 더욱이 강조하는 것은 거대한 정치권력이 강제, 간섭, 방해, 구속 등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개인이 결정한 것을 스스로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의 상태인 적극적 자유도 필요하다. 소극적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 자유가 실천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가 없다면 그 국가 또한 발전가능성이 없다.

 

독일 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소극적 자유와 더불어 적극적 자유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한다. 독재의 시대에, 감시받고 통제 받던 개발의 시대에 억눌렸던 개인의 자유가 해방되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는 독재에, 정치권력에 대항할 수 있게하는 힘의 원천이다.

 

끝으로 밀의 자유론에 나오는 글귀를 마음에 담고자 한다.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이 바로 자유이다.”


/김정겸/한국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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