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와 약물로 인한 운전능력 상실 아님, 차량 결함 등 급발진 가능성 없는 것 아냐

 

▲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남은 tvn 드라마 '아르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타까운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난 배우 故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의 사망 배경이 아직도 미궁 속이라는 점이다. 

 

직접적인 사인은 명백하게 ‘두부 손상’이지만 그가 갑자기 운전 능력을 유지할 수 없어 교통사고에 이르게 한 배경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14일 배우 김주혁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김씨는 사고 당일 기준으로 음주했거나 심장에 부담을 주는 약물을 먹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약독물 검사에서 알레르기 질환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가 극소량 검출된 것 외에 알콜 등 약물·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의 벤츠 차량이 앞에 있던 그랜저 차량을 1차 충돌한 이후 가슴을 움켜쥐며 핸들에 몸을 가까이 했다는 그랜저 차주의 증언 때문에, ‘심장건강에 문제가 생겼던 것 아닌가’하는 추측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평소 김씨에 심장질환의 여지가 있었고 이것이 사고 당시 발병했을 가능성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심장건강에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

 

하지만 국과수는 “심장동맥 손상, 혈관이상, 염증 등이 없어서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의 이상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김씨가 평소 급 심장질환을 일으킬 정도의 여지는 없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국과수는 김씨의 자구력 소실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사망 이후에 규명하기 어려운 급격한 심장 또는 뇌 기능 문제가 발생해서 운전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평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심장에 문제가 생겨 자구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한편, 경찰은 벤츠 차량을 국과수로 옮기던 중에 조수석 아래에서 블랙박스를 발견해 부분적으로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블랙박스의 음성녹음이 돼 있지 않아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상 속 김씨 차량이 사고 시점 직전에 정상적인 운전을 했다는 명확한 단서를 확인할 수 있다.

 

▲ 경찰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 사진=서울지방경찰청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김씨가 신호 대기를 하다가 앞 차와의 간격을 맞춰 서서히 움직였을 정도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운전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사거리를 지나 2차로를 진입해서는 방향을 잃고 오른쪽에 있던 그랜저와 살짝 부딪치고 잠깐 정지했다가, 그랜저를 다시 한 번 들이받고 고속으로 달렸다. 

 

경찰은 1차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어 급발진 등 차량 결함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국과수의 조직검사 결과 건강이나 약물에 따른 운전 능력 상실의 가능성이 희박해져 다시 차량 결함의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사고 직후 김씨의 벤츠 차량.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과수는 김씨의 벤츠 SUV '지바겐' 차량 감정을 진행 중이고, 경찰도 현장조사와 피해자 측 블랙박스 영상 추가 검토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창배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기자들에게 “여러 증거물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김씨의 사인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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