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내의 서랍’ 대학로 막올라, 17일 프레스콜, 22일 첫 선, 가부장적 남편과 더 이상 참지 않는 아내

 

▲ 아내의 이야기를 그저 투정으로만 치부하는 남편. 사진=박효영 기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실제 내 이야기 같고 공감이 갔다”고 배우 주호성씨가 남편 채만식 역을 연기한 소감을 표현했다. 1948년생 올해 나이 70세인 주씨는 자신이 살아왔던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삶이 철저히 채만식(남편 역)을 닮았다고 강조했다.

 

아무 의심없이 아내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남편이 아내의 부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된다. 

 

배우 김순이씨는 아내 유영실 역을 연기하면서 남편마저 알아주지 않는 한국 여성의 비련함이 느껴져 서글펐다고 말했다.

 

연극 ‘아내의 서랍’이 17일 15시 서울 대학로 명작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두 달여 간의 공연을 시작한다. 

 

극본을 쓴 김태수 작가는 연극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찬을 즐기며 “내가 이런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대본을 썼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 부분만 볼까봐 두렵다. 부부에 대한 총체적인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총망라한 작품을 의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극본을 쓴 김태수 작가. 사진=박효영 기자   

 

그렇다. 아내의 서랍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부의 본질과 삶의 본질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40년 가까이 붙어 사는 부부지만 남편 만식은 아내 영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항상 아내의 챙김만 받아왔지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가치관으로 아내를 완전히 통제하고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남편은 아내가 없이는 밥 한끼 차려먹지 못 할 정도로 무력하다. 오히려 남편이 아내에 훨씬 의존적이었던 것이다.

 

아내의 서랍은 남편과 아내를 연기하는 배우 단 두 명만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김 작가는 “부부의 깊은 내면과 갈등에 집중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2인극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관객은 부부의 말과 몸짓 그리고 표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 아내가 성당에 나가는 것까지 통제하는 남편. 사진=박효영 기자     

 

▲ 프레스콜이 끝나고 만찬 자리에서 말하고 있는 두 주연배우인 배우 김순이씨와 주호성씨. 사진=박효영 기자     


남편은 “마누라 하나는 걱정없이 살게 해주는 게 내 자부심인데 그렇게 서운함을 표현하니까 기분 잡쳤어”라고 말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아내는 “당신에게 평생 들은 핀잔으로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내 인생은 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본질적인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토로한다. 남편이 “넘사벽의 불통의 근원”이라고 직접적인 불만을 이야기하지만 남편이 기분을 잡쳤다고 응수한다. 아내는 “부부가 그런 대화도 못 나눠요?”라고 되물으며 서운함을 드러낸다. 

 

남편은 자신이 아무렇게나 말하고 행동해도 아내가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내의 서랍은 남편 채만식의 시선으로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난날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것이 주된 극 전개다. 관객은 그렇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남편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지켜보면서 극의 설득력을 확인할 수 있고 공감과 화해를 대신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배우 김순이씨는 딸 역과 아내 역을 동시에 열연한다. 1인2역을 하는 것인데 60대의 톤과 40대의 톤이 완전히 달라지는 연기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 연극 '아내의 서랍'을 만든 주역들. 왼쪽부터 김태수 작가, 김순이 배우, 신혜옥 배우,신유청 감독, 박민관 배우, 주호성 배우. 사진=박효영 기자     © 박효영 기자

 

아내의 서랍은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평일 20시, 토요일 16시, 일요일 15시에 대학로 명작극장에서 공연된다. 월, 화는 한층 젊어진 배우 박민관씨과 신혜옥씨가 남편과 아내를 연기하는 더블 캐스팅이다. 

 

추운 겨울 따듯한 부부애 그리고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