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겸 교수     © 중앙뉴스

개념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개념(槪念)라는 뜻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념의 개(槪)자는 ‘평미레’의 뜻을 갖고 있다. 평미레의 사전적 정의는 “말이나 되에 곡식을 담아 그 위를 평평하게 밀어, 정확한 양을 재는 데 쓰는 방망이 모양의 기구”이다. 평미레는 어떤 기준과 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은 없애 버리는 것이다.

 

개념은 분류와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 진다. 념(念)자는 지금(今) 마음(心)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생각을 의미한다. 개념의 영어 단어는 concept로서 Con은 여럿을 하나로 함께(together)의 의미와 Cept는 “품고 있다”라는 뜻이 결합되어 있는 뜻이다. 따라서 개념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정해 놓은 기준선을 넘어서지 않는 다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개념 있는 정치와 개념 없는 정치는 무엇을 의미하는 가?

 

개념있는 정치인은 기준과 선이 강한 사람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것을 이탈하면 자신 스스로가 그 선을 유지하고자 바로 잡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선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곧바로 상대방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인이 어떤 이유로 어떤 정당에 소속이 되었다면 그 ‘어떤 이유’는 그 사람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념없는 정치인은 자신이 세운 기준에서 벗어나 다른 정당을 기웃 거리는 거지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저지른다. 이런 사람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마음 속 깊이 새겨놓아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공자의 <논어>의 '안연(顔淵)' 편에서 나온 말이다. 공자에게 있어 사람사는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信)이다. 信의 단어에서 보듯이 사람(亻)의 말(言)에서 유래 한 것이다. 言은 자신이 성정한 기준이 되며 그것이 곧 개념이 되는 것이다. 무신불립이란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그를 믿고 같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공자가 정치의 3가지 근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즉, “식량을 충족시키는 것, 병기를 충분하게 하는 것,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足食足兵 民信之矣)”이다. 3가지 중 만약 (-이는 강조를 위한 것이다. 정말 만약이다) 버릴 것을 물어 보았을 때 먼저 먹는 것, 다음으로 군대를 꼽았으나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될 것은 백성들의 신뢰라고 보았다.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이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신의가 매우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인(仁)의 내용을 물었을 때도 信을 강조하면서 仁의 내용 5가지 중 믿음을 순서상 정 가운데 둠으로서 信의 중요성이 부각죈다. 즉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信)’ ‘영민함(敏)’ ‘은혜(惠)’의 중심에 ‘信’을 두었다.

 

이외 <안연 편>에서 “충심과 믿음을 주로 하는(主忠信)”을, <자로 편>에서 “말에는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言必信)” 한다고 한 뒤, 군자의 네 가지 덕목으로서 ‘의(義)’ ‘례(禮)’ ‘손(孫·겸손)’ ‘신(信)’을 꼽았다.

 

따라서 무신불립의 정치적 사유를 하는 자가 개념 있는 정치인으로서 군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개념 없는 정치인은 군자가 아니라 소인이다.

 

즉, 공자는 논어의 <자로 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화합하되 붙어 다니진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선에서 절대 흔들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모진 핍박과 압박이 있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투사이며 지사(志士)와 같은 정신을 갖은 자 이다. 그러나 소인배인 개념 없는 정치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는 자이다. 즉, 붙어 다니되 화합하지 못하는 자이다. 이런 자는 수시로 자신의 기준을 바꿈으로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 시키는 자이다. 이런 자는 집안에 있으면서도 불란 만 일으키는 자이다.

 

이제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가 치루어 진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주도권을 잡기위한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몸값을 이용하여 이 정당, 저 정당을 기웃거리며 간을 보는 이가 많다.

언론도 부채질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쌈 구경이라고 한다. 소신이 없는 소인배이며 줏대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영입하는 정당은 풍지 박산이 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기준과 선이 가장 훌륭하다고 합리화 시키면서 넘어 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가끔 기준을 넘어간 자가 다른 사람을 불러들여서 자신들의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정치에는 저도 동지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앞의 공자의 예를 들어 분명한 기준과 선을 지키는 색깔 있는, 개념 있는 정치인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당을 상징하는 색이 있듯이 정치야 말로 분명한 색깔이 있다. 필자도 내년에 정치를 한번 해볼까? 정말 개념있는 정치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줄까? 개념 있는 정치인이 되어 볼까?


/김정겸/한국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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