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수민 기자]그리크지않은 작은 체구에 뿔테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인 '작은 거인' 김수철. '나도야 간다~'라고 노래하며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던 그가 환갑인 올해 음악인생 40년을 맞는다.

 

1977년 스무 살에 KBS 방송에 출연하며 데뷔한 그는 최근 40년의 음악 여정을 정리한 책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까치)를 펴냈다.

 

연대기 순으로 기술한 책에는 기타와 씨름하던 중고교 시절부터 1977년 첫 방송 출연, 1978년 밴드 '작은 거인'을 결성해 이듬해 첫 앨범 '작은 거인 1'을 내고 1983년 솔로로 데뷔한 과정, 우리 소리인 국악의 현대화 작업에 천착한 시간이 세밀하게 담겼다.

 

솔로 1집부터 대중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둔 김수철은 '못다 핀 꽃 한송이', '내일', '별리', '왜 모르시나', '나도야 간다', '젊은 그대', '정신 차려'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으며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그는 '고래 사냥'과 '칠수와 만수', '서편제', '태백산맥' 등의 영화 음악을 비롯해 드라마와 만화영화 주제가, 뮤지컬과 현대무용 음악을 작곡했다.

 

그가 작곡하고 부른 곡 중 1990년 KBS에서 첫 방송한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곡 '치키치키차카차카'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초등학교 5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또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전야제 음악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야제 음악을 만들었고, 2002 한일 월드컵 조 추첨과 개막식의 음악 감독과 작곡도 맡았다.

 

이 책에선 대표곡을 만들었을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날 수 있다. '못다 핀 꽃 한 송이'는 평생 한길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한 노래로 자신도 그렇게 살겠다는 결의를 다짐한 곡이다.

 

'왜 모르시나'는 일편단심의 사랑 이야기이며, 극작가 안양자 씨가 작사한 '젊은 그대'는 가사가 좋아 3분 만에 뚝딱 작곡했다. 3집의 '생각나는 사람'은 "조동진 형을 생각하며 작사·작곡한 곡"으로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특히 음악인으로서 김수철의 독보적인 지점은 1980년 처음 국악 공부를 시작해 국악음반 '불림소리', '팔만대장경' 등을 내며 우리 소리, 국악을 현대화한 음악을 37년간 작곡했다는 점이다.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음악을 만들며 '기타 산조'란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가 이름 붙인 '기타 산조'는 전자 기타로 우리의 가락인 산조의 형식을 빌려 작곡하고 연주한 음악을 뜻한다.

 

그는 "나는 지금까지 37장의 음반을 발표했는데 그중 25장의 음반이 우리 국악을 현대화한 것"이라며 "우리 문화를 알고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전통 음악을 뿌리로 하여 현대화한 음악만이 우리 소리를 생활화, 대중화시킬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가수 김수철이 환갑을 맞아 자신의 음악인생 40년 책 출간했다.

 

책에는 외길을 걸으며 만난 소중한 인연도 함께 실렸다. 1집 '사랑하기 때문에' 발매를 축하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고(故) 유재하, 들국화를 결성하던 때의 전인권과 최성원, 조용한 웃음으로 맞아주며 후배들에게 라면을 대접해준 고(故) 조동진 등 시대의 음악인들이 등장한다.

 

또 '고래 사냥'을 함께 촬영했던 안성기는 김수철이 국악 음반을 지속해서 작업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몇 번이나 금전적인 도움을 줬다. '황천길' 등 김수철의 국악을 좋아했던 법정 스님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그는 법정 스님이 생전 저서 '무소유'의 내용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그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