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입장차 드러내, 12월2일 법정시한 임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도 예산안 제출 법정 시한이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27일 오전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원내대표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재로 정례회동을 갖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다. 

 

▲ 여야 원내대표 3인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정례회동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3당은 이미 정책위의장들끼리 모여 예산안 관련 회담을 지속했지만 좀처럼 의견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170개가 넘는 사업이 아직 심사 보류 중이고 초고소득 증세, 공무원 충원,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도입의 처리가 더딘 배경에는 야당의 무조건 반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429조 중에서 172개 항목인 129조에 대해서 예산심사를 아직 마치지 못한 이 근본적 책임은 바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례회동에서 “보류가 25조원이고 지금까지 감액에 합의한 것이 54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예년 같으면 감액 규모를 5조원까지 했을 텐데 이 모든 것들이 민주당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정부여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여야가 타협하기 어려운 쟁점은 6가지다. 

 

△공공 일자리 증원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기초연금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누리과정

 

▲ 2018년도 예산안 주요 항목과 5대 중점 투자분야. 자료=기획재정부     

 

여야가 6개 쟁점 전부 합의에 이르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무엇보다 ‘일자리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부문에서 타협이 이뤄지면 일괄 타결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2가지가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철밥통 공무원 늘리기 관련 예산은 물론이고 국민 혈세로 최저임금인상분을 보전해주자는 이런 예산안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나라 곳간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사수의 마음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최고위 발언을 통해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시키는데 1조원, 최저임금에 4조원이 들었다”며 정부 여당의 예산안이 재정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장은 특히 “정부 각 부처에 공무원 인력 외에 소위 ‘완장 찬 인력’이 숨어있다. 이 부분에 대해 대부분 삭감하기로 했다”며 “행정안전부의 읍면동 혁신사업에 연봉 2500만원 내지 3000만원짜리 260명, 지역별 소통인력으로 45명한테 연봉 5000만원,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4000만원씩, 콜렉터란 이름으로 수십 명을 지원하는 재원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이 예산을 “지역 곳곳에 ‘좌파 운동권’을 심겠다는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럼에도 공무원 증원 예산은 비용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최근 6년간 과로사한 공무원은 137명이다. 공무원 가운데서도 경찰관, 소방관, 해경, 세관, 교정직 공무원 등 국민과 접점에 있는 현장 공무원들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교대제 근무 등으로 24시간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고, 칼퇴로 대변되는 공무원의 상징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며 공무원 증원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어 “2016년 기준 중앙부처 현업공무원의 한 달 평균 초과 근무시간은 72.2시간에 달한다. 일반 공무원의 3.3배에 달하고, 공무원 복무규정상 시간 외 근무 한도시간 57시간보다 15시간 오래 일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앞서 설명한 경찰, 소방관 등 현장직 공무원들이다”며 과로에 시달리는 경찰, 소방관 등의 처우를 언급했다. 

 

한마디로 공무원 증원은 ‘청년실업 해소, 기존 열악한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대국민 서비스의 질 향상’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자유한국당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하고 무조건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도 기싸움이 팽팽하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가 많이 소요돼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필수적이고 무엇보다 한시적인 예산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자유한국당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임금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은 특정 조건 하에 근로장려세제(저소득 근로자에게 생계비 지원)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정부여당은 전혀 반응이 없다며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4개월 전 국회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될 때, 여야가 공무원 증원 규모를 4500명에서 절반으로 낮춰 합의에 이르게 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타협 지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고위 발언을 통해 “오늘부터 본격적인 합의점을 찾기 위해 여야 3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협의틀’이 가동될 예정이다. 예결위 간사들 간의 소소위 또한 어제부터 운영 중이다”면서 다양한 소통 채널을 열어놨음을 밝혔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과거처럼 청와대와 야당의 오작교 역할을 통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제보조작 사태 당시 추미애 대표의 강경 발언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당을 설득했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신 사과하게 만드는 등 국민의당의 복귀를 이끌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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