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우선 공천 약속, 신 보수주의 선언 곧 나올 예정, 스스로 과격한 사람 지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청년들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청년의 정치 참여, 자유한국당이 청년에 인기가 없는 이유, 정당의 마케팅 전략, 보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여의도연구원(자유한국당 산하) 청년정책센터가 28일 19시 <더 경청 간담회, 청년 아무말 대잔치>를 열고 홍 대표를 초대해 청년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28일 저녁 홍준표 대표가 청년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사진=박효영 기자     

 

“난 과격한 사람이 맞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청년들은 대부분 자유한국당에 애정을 갖고 있거나 보수적 가치를 신봉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다보니 홍 대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특히 미디어에 노출되는 이미지를 우려하고 있었다. 항상 막말, 꼰대(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 꼴통 등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된다는 것이다.

 

▲ 이날 참석한 청년들은 대부분 자유한국당에 애정을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홍준표 대표에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청년 A씨는 홍 대표의 발언 중 자극적인 단어나 표현만 유튜브로 유통되고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 문제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이 그런 클립 영상만 보고 홍 대표를 과격하게만 본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나 과격하다. 청년들이 제대로 본 거다. 내가 12년 간 대한민국 깡패를 다 잡았다. 양아치는 양아치스럽게 다뤄야 했다. 그러다 보니 거칠어졌다. 투박해졌다. 나는 그렇게 남들이 내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그렇게 강하게만 살아왔는데 지금와서 나보고 소프트하게 살라고 하면 못 산다”고 답했다. 

 

비슷한 맥락의 질의가 이어지자 홍 대표는 “오늘 이 자리도 당대표라서 나오기 싫어도 할 수없이 나왔다”며 “당이라는 조직을 되살리기 위해 나왔다. 나는 선거 안 나가도 되는데. 당을 위해 참고 견디는 거다. 당대표 되고 나서 성질대로 안 하는 편인 거다”라고 솔직하게 발언했다. 

 

또 돼지발정제 논란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그것이 오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정치인은 한 번 덮어 씌어지면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빨갱이 오해를 평생 받았다. 숙명으로 받아 들여야지 자꾸 해명하기 시작하면 더 수렁에 빠진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마케팅 전략과 ‘쇼통’

 

청년들은 자유한국당이 청년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 견해를 갖고 있었다. 보수적 가치와 정책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년에게 다가가는 홍보 전략과 마케팅에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

 

청년 B씨는 “자유한국당은 젊은층을 위한 마케팅이 너무 부족하다. 소니에서 워크맨 팔다가 망한 것과 비슷하다”며 “옛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있는지”라며 질문했다.

 

▲ 발언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홍 대표는 “적절한 비유”라며 “그래서 오늘 배우기 위해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은 미쓰비시 기술자를 데려와 모조품을 만들고 혁신해서 세계 1등 기업이 됐고 노키아나 소니는 세계 최고라는 자리에서 만족하고 방심하다 망했다. 삼성처럼 혁신하겠다”며 청년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이날 홍 대표가 관련해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 너무 보여지는 부분에 신경쓰고 치중하는 자세를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홍 대표는 “때가 되면 다 알려질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청년들의 원성)”고 말했다.

 

물론 홍 대표가 가장 자주 한 말은 “자유한국당이 왜 청년들에게 외면을 받는가”라는 고민 토로였다. 그러나 홍 대표는 청년이 지지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으로 “보여주기식 정치만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런 것에 너무 현혹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잔디밭에 가서 청년들과 소통하는 자세만 보여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 우리는 그걸 쇼통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청년들이 걱정하는 지점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확실히 자기 직성에 맞고 솔직하게 가는 걸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뭔가 인기를 얻기 위해 보여주기 방식이나 마케팅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홍 대표와 청년 간의 인식 차이다.

 

‘청년 정치’와 ‘신 보수주의’

 

청년들과 홍 대표는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판에 청년의 참여가 부족하다는데 공감했다. 

 

홍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다음 총선에서 25~45살 사이의 젊은이에게 우선 공천 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당선되지 않을 지역에 보여주기식 쇼로 공천하는 게 아니라 당선될 강남 지역 같은 곳에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홍 대표가 국회의원 출마 연령을 이야기하며 이 발언을 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2020년 총선에서는 홍 대표의 임기가 끝나 공천권 행사는 불가능하다. 상징적인 차원의 발언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홍 대표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면서 유럽의 정치 문화는 어렸을 때부터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좀 더 일찍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훈련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청년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홍준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체성이 정확히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청년도 있었다. 청년 C씨는 “보수가 흔히 말하는 ‘자유’라는 것도 추상적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나눠 볼 수 있고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주의적 이념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세울 비전과 가치를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홍 대표는 개혁은 원래 보수가 하는 것이고 진보가 내놓는 과격한 정책들은 “사회 파괴”라고 비판하면서 “신보수주의”를 꺼냈다. 올해 안에 <신보수주의 선언>이 나올 것이고 이를 토대로 선거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발언

 

아무래도 보수 진영 사람들만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자연스레 편견이 깃든 지나친 발언도 나왔다.

 

청년 D씨는 자신이 무술 유단자로서 택견을 배운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긴다고 하소연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홍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좌파”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홍 대표는 이 와중에 웃으면서 가볍게 “시골가서 계량한복 입은 사람은 전부 좌파”라고 말했고 옆 자리에 있던 청년 E씨도 맞장구치며 “아니면 전교조”라고 호응했다.  

 

청년 F씨는 이 공간에 있는 “위인전만 봐도 모두 좌편향되어 있다”며 “안철수 대표, 전태일 열사,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있어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대통령은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교과서, 전교조의 교육, 언론 환경 등 청소년이 처해 있는 배경 자체가 모조리 좌편향 돼 있다고 주장했다. 

 

▲ 행사 장소인 '다산 카페' 한쪽에 위인전들이 꽂혀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대표는 이에 “교실이 좌파 양성소가 됐다”고 말문을 연 뒤 20년 동안 대한민국에 ‘좌파코드 심기’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교육 분야에서의 좌파 물들이기와 문화예술계 및 연예계에도 좌파가 활개를 쳤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 이어 자신은 정치를 좌우 개념이 아닌 ‘국익 개념’으로 본다면서 반값 아파트, 징벌적 손해배상 등 국익에 도움이 되면 좌파 정책도 차용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일련의 ‘좌파 장악’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교사는 총 42만8000명이고 이중 절반은 아무 교원단체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 수는 2015년 기준 4만9327명이다. 교육감 직선제를 반대하고 사학법 개정에도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단체로 평가받는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은 2000년대 중반까지 소속 교원 수가 대략 14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중등학생은 이념 편향 논란이 있는 한국근현대사를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 통합 ‘역사’ 교과서로 전체 한국사의 일부로만 배운다. 고등학생도 2학년 이후 문·이과가 결정된 다음에 해당 학교가 채택을 해야만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공부할 수 있다.

 

ABC협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신문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조선·중앙·동아의 합계 발행부수는 343만 8636부에 이른다. 조중동 외에 문화일보·한국경제·매일경제도 대기업 입장을 옹호하거나 매우 보수적인 신문이라는 게 통념인데 합계 발행부수는 141만2639부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합계 43만5605부에 머물고 있다. 

 

방송 시장에서도 일반적으로 진영 구분이 되는 방송사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채널A, MBN이 있고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 부임 이후의 JTBC만 유일하게 진보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방송사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 매체의 경우 오마이뉴스·프레시안·CBS 노컷뉴스가 진보적 논조로 평가받고 있지만 뉴데일리·데일리안·미디어펜 등 명백히 보수적인 매체들도 비등한 상황이다.  

 

▲ 청년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 대한 자체 평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당선된다고 생각하고 나간 게 아니다. 탄핵으로 궤멸된 보수우파의 기틀을 재건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7%에서 24%까지 왔다면 그 정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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