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반문’노선에 대한 해명, 다당제 거듭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가 잘 하는 게 많고 그게 높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호남중진(박지원·정동영·천정배)을 비롯한 당 안팍에서의 반문 일변도 노선에 대한 비판 여론에 해명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허니문 기간)은 발언을 자제했다”며 “100일 이후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한 것이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4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4일 오전 11시 20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내가 경쟁자가 아니고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정부에 비판을 하는 것 뿐이다”며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것들(적폐)을 잘 고치고 있고 그게 지지율로 반영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과거 적폐청산 복수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특히 안 대표는 “정책 하나하나에 잘잘못이 있긴 하다. 나는 앞으로도 잘못가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비판을 계속 할 것이다”면서도 “탈권위주의적인 행보에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의 권위적인 행보를 고치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평가했다.

 

▲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통합’ 논란과 관련해서 안 대표는 “일단 지금은 예산안 통과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정책 연대를 통해서 양당의 생각이 얼마나 같은지 확인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에 충분히 판단을 하겠지만 현재는 예산안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밝혔다. 

 

안 대표는 당 지지율이 낮은 배경에 대해서도 “조금씩 조금씩 민심의 지지를 축적 중”이라며 “물이 100도에서 끓는 것처럼 어떤 계기에 따라 끓어오르는 시점이 올 것이고 지금은 온도를 높이고 있는 축적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 해명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선거제도에 대한 질문에 안 대표는 “다당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소선거구제를 극복해야 하고 특히 현 제도는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지지하지만 기득권 양당의 반발이 심해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낮은 단계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현실화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기자간담회 시작 전 먼저 안보·예산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지난 대선 후보 때부터 당대표 취임 이후까지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안 대표는 안보 측면에서 “청와대와 국방부가 혼선을 빚고 있다”며 “유일한 일관성이 혼선 지속의 분위기다”고 꼬집었고 문 대통령에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예산의 측면에서는 “공무원 증원 관련 지난 추경 예산 때 약속했던 인력 재배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지킬 생각을 안 하고 무조건 밀어붙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기-승-전 다당제 “다당제를 실현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

 

안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약진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실제 지속적으로 자기 성과로서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약진에 버금가는 성과로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애써 부인했다. 

 

안 대표는 “지난 총선 결과도 그렇고 이번 통합 문제도 모두 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게 나의 성과나 과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 문제도 강력한 3당이 되어 실질적인 다당제를 이룩하는 차원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안 대표는 20대 국회의 특징으로 국회 '공전'이 사라진 것을 들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을 사례로 거론했다. 한국당이 과거 같았으면 '우리가 나가면 뒤돌아 보겠지'라는 생각을 했을텐데 두 개의 교섭단체 정당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어서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두 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고집을 부리지 못 하는 것도 ‘다당제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간담회 중간에 안 대표는 지속적으로 '아재개그'와 '유머'를 구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긴 시간을 할애해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역할이 실질적인 다당제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기득권 양당의 밀실공천이나 당리당략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고 이 부분에서 국민의당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대표로서 주어진 가장 큰 책무는 당이 제3지대 지형을 갖추어 다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고 양당 체제로의 회귀 흐름을 반드시 차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정치개혁 4대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중 가장 먼저 거론된 것 역시 다당제였다. 안 대표는 △양당의 적대적 공존을 극복하고 다당제 정착 △지역주의 극복 △이분법적인 정치 이념 극복 △한국정치의 세력교체와 인물교체를 4대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서 “당을 위한 희생 차원에서 시키면 뭐든 하겠다고 세 번이나 같은 워딩을 말씀드린 바 있다”며 “그때마다 받아들이는 쪽에서 해석이 달라진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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