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 토론회 개최, 석해균 선장·귀순병사 등 이벤트 후에만 관심받고 평소에는 지원 부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1년 아덴만의 ‘석해균 선장’. 2017년 JSA의 귀순 병사 등 큰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때만 외상의학 현실의 열악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배금석 전국권역외상센터협의회 회장이 외상의학은 일종의 3D 중의 3D라서 선택하는 전공의가 거의 없다면서 위와 같은 현실을 지적했다.

 

▲ 배금석 전국권역외상센터협의회 회장은 중증외상의학계의 현실이 매우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실은 7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8호에서 <중증외상체계 이대로 좋은가>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인해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차원으로 주최를 승격해서 하기로 급히 결정됐다. 그만큼 응급 의학 및 중증외상센터에 대해서 국회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 이날 토론회는 원래 박인숙 의원실 주최였으나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차원으로 승격이 급히 결정돼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발제를 맡은 이강현 대한외상학회장은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권역외상센터의 안정적인 운영방안·지역 맞춤형·건보수가·의료 인력수급’ 등 네 가지를 꼽았다. 

 

▲ 이강현 대한외상학회장은 구조적으로 외상의료체계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사고 현장에 5분 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이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송 시스템의 핵심은 ‘항공과 운항기술’의 발전이지만, 기본적으로 지역 거점병원들이 자체 헬기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헬기가 병원에서 자체 대기하고 있어야 5분만에 출동할 수 있고 그래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1시간 안에 환자를 이송해 수술할 수 있다.

 

구급차로 응급 환자를 이송할 경우 1.8배 사망률이 더 높게 나오는데 헬기로 이송하면 사망률이 훨씬 낮아진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중증외상 환자는 바로 권역 외상센터로 이송돼야 하는데 119 구급차 위주로 시스템이 짜여져있고 이마저도 잘 훈련되어 있지 않고 조직화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환경도 지적됐다. 이 회장은 중증외상 환자를 받을 경우 병원은 환자 1인당 225만원의 적자를 본다고 말했다. 또 권역외상센터에 전문의가 20명 이상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가장 많은 곳도 8명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신분이 계약직이거나 전임 교원이 아니라서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중증외상 의료계의 대우가 한 마디로 저임금·업무량 과중에 시달려 이미 의료계 전체에서는 “3D 중의 3D”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간호사의 입장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외상 환자가 대부분이니 기피 분야다. 

 

이 회장은 “중증 외상 의료는 일종의 오케스트라다. 의료인, 정부, 국민, 환자가 하나의 호흡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성 국군의무사령부 사령관은 “JSA 귀순 병사를 왜 군병원이 치료하지 못 하냐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면서 “2014년 ‘22사단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당시 적절한 후송이 이뤄지지 않아 대량출혈로 사망한 이후 군 의료 체계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안종성 사령관은 군 의료체계의 부실함을 인정하면서도 나아지고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그 사건 이후 2015년에 국군 차원의 자체 헬기 후송절차가 도입됐고 2015년 ‘목함 지뢰’ 사태 당시 1시간 만에 후송했다. 

 

이 사령관은 “군은 현장조치와 이송은 잘 갖춰진 편이지만 응급 환자 치료 역량이 민간 병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이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 사령관은 63만 장병을 담당하는 특수목적 외상센터를 권역 외상센터로 지정해주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중증외상 분야 역시 병원 내의 한 부서에 불과하고 민간 병원의 경우 경영인으로서 병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병원장 입장에서 중증외상 센터를 운영하고 싶을 만한 환경을 국가가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이날 토론회가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차원으로 진행되자 유승민 대표도 참석해서 중증의료 체계에 대해 국회 차원으로 대응책을 모색해서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금 아주대는 괜찮지만 다른 권역별 외상센터는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곳이 좀 있다”며 “열심히 잘 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 정책관은 상급병원에 중증외상센터를 지정할 경우 ‘공공성’을 기준으로 성과를 철저하게 평가해서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배금석 전국권역외상센터협의회 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외상 전담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세브란스 병원도 중증외상 전문의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년 동안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중증외상 분야를 지원하는 친구들이 없으니 정부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총무이사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박 이사는 “30년이 지나도 현실이 안 변했다”며 “석해균 선장이나 귀순병사 등 사건이 있을 때만 관심을 받는데. 차분하게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총무이사는 평소에 꾸준한 관심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어 “중앙 외상위원회 정도의 기구가 설립돼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 진행 정도를 평가했으면 좋겠다. 언론·시민단체·국회 보건복지위·보건복지부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간대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이 국회를 찾았다.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외상센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관련해서 박인숙 의원은 바른정당 주최 정책 토론회에 이 센터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연락이 잘 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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