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군인복무기본법 입법 토론회, 대표병사·명령불복종·기록열람권 등 조항 신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군인은 시민일까? 당연한 답변이 예상되면서도 선뜻 망설여지는 질문이다. 군인은 전쟁을 수행하는 특수 목적의 존재이기 때문에 엄격한 명령복종관계가 불가피하다는 대전제를 신줏단지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인권 침해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이철희 의원이 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군인복무기본법 전면개정 입법 토론회>를 열고 군인의 인권에 대해 논의했다.

 

▲ 이철희 의원이 8일 군인기본복무법 개정안 입법 토론회를 열어 여러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군인복무기본법은 보좌진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서 만든 욕심나는 법안”이라며 “군인도 시민이다라는 독일 명언에 따라 군이 가진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군인에 대한 기본권을 철저히 보장할 수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 이철희 의원은 병사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아 이번 법률 개정안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권력 관계 이론’을 언급하며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의 의의를 강조했다. 특별권력 관계 이론은 군인·공무원·의료인 등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명령권자가 일부 구성원을 포괄적으로 지배하고 구성원은 그것에 복종하는 관계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군인인데 이 이론은 19세기 독일에서 탄생한 이후로 현재 독일에서도 부정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국내 학계에서도 법치주의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이유로 비판적이라는 것이 임 교수의 기본 입장이다. 이에 특수성으로 인한 군인의 권리 제약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은 무엇보다 군인도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확실히 보장 받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군인과 일반 시민을 구별하는 게 본질인데 군인도 대한민국 시민이라는 기본 인식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임지봉 교수는 특별권력 관계 이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번 개정안의 의미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 법은 군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동안 군 인권운동가인 나조차 세밀하게 살피지 못 했던 부분을 다뤘다”며 “군인의 단순 복지혜택을 늘리자는 차원이 아니”라고 법의 기본 성격을 설명했다.

 

임 소장은 대한민국 군대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임 소장은 “군의 폐쇄적 소통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간부들이 아래 병사들을 보지 않고 위의 상급자만 쳐다 보고 있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위에서부터 책임을 물어오기 때문에 항상 위를 보며 긴장하는 구조”라고 한국 군대의 폐단이 해결되지 않고 축적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가 먼저 나서서 이 법안 통과를 주도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칭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임태훈 소장은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이번 개정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주요 내용

 

이번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은 2016년 6월에 시행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눈에 띄는 조항이 많이 포함됐다.

 

크게 보면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9조) △대표병사 제도(45조) △군내 사망사고 시 유가족의 기록 열람권(21조2항)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23조) △의무병 등 자격없는 자의 임의적 의료행위 제한(14조) △불법과 불의를 알게될 시 신고(52조) 등이 있다.

 

먼저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는 군인의 처우와 기본권 등 안전 문제에 대한 현실을 진단하고 관련 법률과 제도에 대한 총괄적인 심의를 담당한다.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해 20명이고 3군 참모총장과 대표병사, 병사의 부모 등 다양하게 이뤄진다. 

 

대표병사 제도는 기존의 분대장 제도를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서 대대급 이상의 부대에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병사의 인권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대표자를 뽑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균혜 국방부 계획예산관은 기존의 으뜸병사 제도와 이미 공군에서 시행 중인 유사 제도를 면밀히 참고해서 심화 발전시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 유균혜 예산관은 국방부에서 63만명 장병들의 복지를 책임져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개정안에 대해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가족의 기록 열람권 보장은 최근 군 의문사 사건과 관련해 고상만 인권활동가가 제작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군대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은폐·축소하고 죽음의 배경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의회 소속으로 불시에 군부대를 방문하도록 한 독일식 ‘군 옴브즈만 제도’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군 의문사 문제 해결과 여러 실태 점검을 위해 지속적으로 거론된 대안이다.

 

‘명령 거부권’은 군대 특수성에 맞지 않는가

 

독고순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유균혜 예산관은 아무래도 군의 명령복종관계가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23조의 명령 거부권을 따로 명시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독 위원은 “32조(명령복종의 의무)와 연계를 시켜서 하위 항목으로 넣을 것”을 제안했다. 

 

▲ 독고순 위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반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꼼꼼하게 점검하고 피드백한 발제문을 준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지봉 교수는 이에 “명령복종권의 예외로서가 아니라 명령거부권을 따로 규정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이를 하위 항목에 두는 것은 특별권력 관계 이론에 따른 낡은 명령복종 만능론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이어 단순히 지휘관의 명령권이 침해되는 것으로 우려할 게 아니라 “위법 부당한”이라는 형용사에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52조 신고 조항에 대해서, 유 예산관은 기존에 ‘상향식 일일 결산 제도(병사가 고충과 건의를 윗단계로 올려 보고함)’를 참고 발전시키면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하급자가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이나 불법 사항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에게 ‘의료권’이란

 

개정안 14조는 군인의 의료권을 명시하고 있다.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초빙교수는 “흔히 헌법에서조차 건강권으로 뭉뚱그려지는 모호함이 있는데 군인에게 있어서 부상은 상시적 위험이라는 점을 신경써서 의료권이라고 적시하는 것은 적극적인 권리 보장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대체 인력 보장을 더 추가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병사의 근무 교대수에 따라 같은 병사와 선임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돼 의료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후술이다. 아파도 외진을 갈 수가 없는 배경에는 다른 병사가 대신해서 근무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의료법에 적용되는 의료인이 아닌 의무병은 사실상 무자격자”라며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지역은 사실상 의료기관이 전혀 아니고 법 규정도 마련되지 않아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고 꼬집었다.

 

▲ 김대희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서 의료권을 명시한 점에 각별하게 주목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균혜 계획예산관은 의료권을 규정한 14조에서 “군 지휘관이 의료행위에 대한 감독 책임을 맡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휘관이 아니라 국방부가 군 의료시스템에 책임을 진다는 쪽으로 표현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철희 의원은 토론회 말미에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갓 제대한 친구들을 심의위원회에 참여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며 “기본법 개정안에 담긴 가치가 복무 중인 군인들의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여론 수렴을 잘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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