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선거 당일까지 몰라, 친박과 중립의 친홍 견제, 김성태 의원의 친홍 이미지 탈피 노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2.12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구도가 친홍(김성태)·친박(홍문종)·중립(한선교) 3파전으로 최종 확정됐다.  

 

10일 한국당의 원내대표 후보자 등록 마감일에 맞춰 홍문종 의원이 공식 출마선언을 했고, 같은 날 이미 출마선언을 한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홍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천명했다. 

 

이로써 원내대표 후보 최종 3인이 결정됐고 이들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 3인도 확정됐다. 

 

먼저 김성태 의원은 지난 5일 출마선언을 했고 10일 함진규 의원을 런닝메이트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동건설노동자 출신 노동운동가 김성태, 땅 한 평 가지지 못한 소작농의 아들 함진규”를 내세워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했다. 

 

▲ 김성태 의원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함진규 의원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과 포퓰리즘에 맞서는 걸 원내대표 경선의 목적으로 보는데 다른 후보들은 계파주의 청산이나 사당화 얘기를 하고 있다”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 지점을 밝혔다. 

 

친홍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이어서 “비박 김성태와 친박 함진규가 손을 잡음으로써 계파주의는 청산됐다”고 말해 홍준표 대표의 세력화를 비판하는 중립지대 나경원 의원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함 의원은 “제가 살아왔던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지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보다도 더 혁신적으로 서민과 취약계층을 배려하겠다”며 정책 대결을 펼쳐나겠다고 공언했다.

 

홍문종 의원은 일찍이 출마가 점쳐졌지만 비교적 늦은 10일에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김성태 의원의 주장과 달리 홍 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독주 저지를 가장 강조했다. 홍 의원은 “공무원 증원·법인세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을 지적하며 국가 재정건전성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또 “적폐청산을 가장한 정치보복이 한국당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홍문종 의원은 10일 뒤늦게 원내대표 선거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채익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사진=연합뉴스)     

 

홍 의원은 이날 런닝메이트로 재선의 이채익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선택했다. 이 의원은 “특별한 계파에 함몰돼 있지 않다”며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 의원의 당파성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또 “한국당이 안보정당으로서 국가 안보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선교 의원은 중립지대 단일화 과정을 거쳐 지난 7일 공식 후보가 됐다. 한 의원이 강조하는 것은 중립 후보 답게 “하나됩시다”라는 화합의 메시지다. 한 의원은 지난 8일 원내대표 후보 간담회에서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후보만이 보수통합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며 “모든 것이 모여야한다”고 강조했다.

 

▲ 한선교 의원은 8일 정책위의장 후보로 같은 단일화 경선을 거쳤던 이주영 의원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 의원은 6일 열린 단일화 토론회에서도 중립지대 후보들은 친박·친홍 후보와 달리 당내 지지 세력이 약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당내 화합과 사당화 저지”를 강조했다. 한 의원은 단일 후보로 유력했던 5선의 이주영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선택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상승한 분위기다. 한 의원 스스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전략

 

현재 친박계 홍문종 의원과 중립후보 한선교 의원은 하나같이 홍준표 대표의 독주에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세력이 약해진 친박계에 비해 홍 대표의 세력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 구도를 친홍 대 비홍으로 상정하고 김성태 의원을 견제하고자 미묘하게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친박 코드로 홍문종 의원과 한선교 의원이 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던 친박 출신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홍문종 의원과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이 대두되기까지 했다. 두 후보 모두 당선되는 것을 최선으로 보고 있지만, 차선책으로 친홍계인 김성태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는 것에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중립후보 단일화 추진에 총대를 맸던 나경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친박 경계보다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를 저지하는 게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수 차례 입장을 피력했다.

 

나 의원은 적어도 한 의원이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해서 2차 결선투표까지만 가면 친박계의 홍 대표 비토 여론에 힘입어 승산이 있다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김성태 의원은 자신이 친홍 후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계파주의 청산을 부각하는 중립세력과는 달리 10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 견제를 누가 더 잘 할 수 있느냐가 원내대표 선거의 쟁점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홍 대표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다음 원내대표가 뽑히면 원내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발언이 파장이 일자 “당 대표가 원내 사안에 개입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친홍 이미지 세탁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김 의원은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에서 비박계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득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상 한국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의 공천을 받거나 지지를 받아 원내로 입성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당의 혁신이 더딘 이유도 아직까지 원내에 범친박계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당 의원들은 마땅한 대세 후보가 없기 때문에 선거 당일 후보들의 최후 발언까지 지켜본 뒤 투표하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선거는 오는 12일 16시 국회에서 열린다. 당일 원내대표 후보와 정책위의장 후보들은 모두발언과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상호토론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사활을 건 마지막 지지 호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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