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타스 정물화를 주제로 한 Memento mori 展..8일부터 29일까지 예술가방에서 열려

 

▲ ‘Memento mori 전’ 전시 전경.(사진=김지희 작가 제공)     © 중앙뉴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주제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있는 유명 작가들의 전시인 ‘Memento mori’전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예술가방에서 지난 8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전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담고잇는‘메멘토 모리(Memento mori)’전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를 풍미한 바니타스(Vanitas-허무) 정물화에서 다양한 도상들로 표현됐다. 특히 주목해서 봐야하는 것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해골’과 죽음의 전조를 시간성에 빗댄 ‘꽃’은 바니타스 회화를 대표하는 유형적 도상이다.

 

‘Memento mori’전은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회화의 오마주 전시로 모두 다른 물성으로 해골과 꽃을 다룬 7명의 작가(권경엽, 김지희, 무라카미 다카시, 이재원, 이태수, 콜라주 플러스(장승효, 김용민), 하정우)의 작품을 통해 생의 욕망과 허무, 덧없음을 드러낸다.

 

몽환적인 여인의 이미지로 알려진 작가 권경엽은 ‘모란도’를 통해 상서로운 기운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었으며 인물의 모습을 통해 욕망과 존재의 간극을 묻는 작업을 이어온 김지희 작가의 작품 ‘Sealed smile’에서는 영원성을 가진 욕망의 상징인 보석과 유한한 시간을 사는 꽃, 벌, 나비 등의 도상들이 화려하게 표현됐다.

 

투명한 판 위에 작은 조각들을 배열하고 집적해 형상을 만드는 작가 이재원은 환영적 이미지의 해골 조각을 탄생시켰고 통 숯을 깎아내는 예민한 작업을 통해 숯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극대화 시키는 작가 이태수는 작품 ‘Point to point - Skull heart’를 통해 죽음과 감정의 문제에 접근했다.

 

끝없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조립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작가 그룹 콜라주플러스(장승효, 김용민)의 작품 Art blossom 연작은 극단의 화려함을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였으며

배우이자 작가 하정우는 식물을 통해 외로움 속에도 성장을 이루어가는 생을 향한 애정과 동력을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하위문화와 예술의 접목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온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에디션 작품도 선보인다.

 

한편 이번 ‘Memento mori’전에는 작품을 주제로 한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22일 윤지희 트리오(피아노, 베이스 드럼)+주형진(보컬)로 이루어진 윤지희 쿼텟이 Memento mori 작품을 주제로 공연을 펼친다.

 

‘Memento mori’전시를 기획한 김지희 작가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살롱이라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일곱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져 한 편의 바니타스 회화로 변신하는 ‘Memento mori’전이 될 것이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잔잔한 사유의 시간을 선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 서문>

▲ Memento Mori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장) 지혜의 왕 솔로몬의 탄식은 결국 무소불위의 권력과 영예와 휘황한 재물도 죽음을 초월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함의한다.

이렇듯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를 풍미한 바니타스(Vanitas-허무) 정물화에서 다양한 도상들로 표현되었다.

 

사실상 17세기의 네덜란드는 활발한 해상무역과 경제적 부흥으로 세속적인 관심이 높은 시기였으며, 바니타스 정물화는 지상의 모든 것은 꽃처럼 사라진다는 칼뱅의 개신교 영향으로 탄생하여 많은 당대 작가들을 통해 피어났다.

 

피터르클라스. 아드리안 반 위트레흐트, 얀 트렉 등의 회화에서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시들어 가는 꽃, 지식의 허무함을 상징하는 책, 생이 한낱 미물과 다름없음을 의미하는 곤충, 막 꺼진 촛불 등이 등장하며 세속적인 쾌락이 덧없음을 일갈한다.

특히 죽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해골’과 죽음의 전조를 시간성에 빗댄 ‘꽃’은 바니타스 회화를 대표하는 유형적 도상이다.

 

해골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를 덮고 있는 외피 속에 존재하는 실체이며 종내 다가올 생의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해골이 두려운 것은 우리의 기저에 흐르는 삶을 향한 욕망이 도처에 숨어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자주 망각하는 까닭일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은 한없이 아름답지만, 곧 시들어 버릴 불안함을 수반하며 시간의 층위에서 죽음을 향해야만 하는 알레고리의 대상이다.

 

"Memento mori"전은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회화의 오마주 전시로, 모두 다른 물성으로 해골과 꽃을 다룬 일곱 작가(콜라주 플러스-장승효•김용민, 하정우, 권경엽, 이태수, 이재원, 김지희,무라카미다카시)의 작품 통해 생의 욕망과 허무, 덧없음을 드러내는 전시다.

 

바니타스 정물의 도상들은 동시대를 반영한 화려한 소비재들로 변모하여 세속적인 욕망을 극대화 하기도 하고, 꽃을 동양의 기복적인 형태로 표현함으로서 형식적으로 계승되어 오던 욕망의 대상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다시 보게 한다.

 
 

▲ 콜라주플러스. art blossom 6. 30cm. 울트라 크롬 HDR 방식 인쇄용지 위에 듀퐁 투명코팅 및 하단부 아크릴     © 중앙뉴스


끝없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조립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작가 그룹 콜라주플러스(장승효, 김용민)의 작품 Art blossom 연작은 극단의 화려함을 드러낸다.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어난 형태의 내부로 다가가면,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와 유한한 시간에 소멸되어질 꽃과 과일이 폭발적으로 대치하며 맥시멈의 화려함으로 피어난다.

이렇듯 화양연화를 누리는 대상들은 결국 꽃의 형태를 이루며 언젠가 시들어질 시간성을 담는다.

 

 

▲ 하정우. Work(13) 76.67x143.19cm,Mixed media on paper, 2017     © 중앙뉴스

 

배우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통해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며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 하정우의 작품에는 꽃이 자주 등장한다. 화분 속에 피어난 꽃은 배우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삶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타인의 시선을 위해 대상화 되어있는 화분 속에서 화려하게 피어난 꽃에는 단절된 외로움, 영속할 수 없이 시들어 버릴 생명에 대한 역설적인 허무감이 배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게 뻗어나간 식물의 형태는 외로움 속에도 성장을 이루어가는 생을 향한 애정과 동력을 내포한다.

 

 

▲ 권경엽. Peony and butterfly(모란도)_40X40cm_oil on canvas_2017     © 중앙뉴스


 

마르쉘프루스트의<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으며 맛이라는 매개를 통해 유년기의 기억을 탐색한다. 몽환적인 여인의 이미지로 알려진 작가 권경엽은 특정 매개를 통해 기억을 환기하는 ‘프루스트 효과’에 천착해 ‘아름다운 향기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보타닉 가든 시리즈의 일환으로 <모란도>를 제작했다.

<모란도>는 중국의 19세기 테피스트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해 상서로운 기운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 이태수. Point to point-Skull heart. 2017. Charcoal, Steel. 40x40x100cm     © 중앙뉴스


통 숯을 깎아내는 예민한 작업을 통해 숯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극대화 시키는 작가 이태수는 마주보는 두 해골이 하트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작품 <Poimt to point - Skull heart>를 통해 죽음과 감정의 문제에 접근한다. 도리도스 되리의 영화 <사랑 이후 남겨진 것들>은 죽음 이후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디로 갈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생명을 가진 존재였으나 자신을 태워낸 후 숯이라는 물질이 되었지만, 다시금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숯은 가능성을 품는다. 육신은 덧없이 소멸하게 되지만 소멸되지 않는 감정은 작품 속에 박제되어 여운을 남긴다.

 

▲ 이재원. The Cell-Skull_ 35x35x70(h)cm_혼합재료_2011     © 중앙뉴스


투명한 판 위에 작은 조각들을 배열하고 집적하여 형상을 만드는 작가 이재원은 구조 안에 부유하는 수많은 조각들이 빛과 조응하는 현상을 통해 환영적 이미지의 조각을 탄생시킨다.

큐브 안에 응집된 셀(Cell)이 만들어 내는 해골의 실루엣은 투명한 아크릴 판을 자르고 붙이는 작가의 노동이 집약된 인고의 과정을 수반한다. 이러한 시간성의 집적은 끝을 망각한 분절된 삶의 시간이 곧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삶의 허무를 암시한다.

 

▲ 김지희. Sealed smile. 장지에 채색. 163x130cm     ©중앙뉴스

 

화려한 소비재들로 장식된 인물의 모습을 통해 욕망과 존재의 간극을 묻는 작업을 이어온 김지희 작가의 작품 <Sealed smile>에서는 영원성을 가진 욕망의 상징인 보석과 유한한 시간을 사는 꽃, 벌, 나비 등의 도상들이 화려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통 재료인 장지 채색이 주는 특유의 포근한 텍스쳐 위에 왕관, 레이스, 보석 등으로 묘사된 해골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도 떨어트릴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죽음의 문제를 드러낸다.

 
루이비통과의콜라보를 비롯해 하위문화와 예술의 접목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온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다카시는 작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화 같은 꽃 이미지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본 전시에 선보여지는 무라카미다카시의 판화 <칸세이>는 동양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으로, 작가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수퍼플랫’처럼 현대사회의 욕망, 얄팍한 소비문화의 덧없음을 표현한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이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초벌그림 같은 것이다.’- 밀란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삶이 영원하지 않으며, 연습이 없는 유일한 리허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결핍으로 내일을 욕망한다.

 

끊임없는 욕망 가운데 삶의 기저에 흐르는 결핍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생은 유한하고 헛되다는 본질인지 모른다. Carpe diem(현재를 잡아라)는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와 대치하면서도, 죽음을 기억해야만이 현재의 소중함에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관하지 않다.

 

살을 얼리는 계절이 온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12월, 살롱이라는 프라이빗한 작은 공간이 일곱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져 한 편의 바니타스 회화로 변신하는 Memento mori전은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잔잔한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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