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展> 흥행 이끈 박기덕 대표

 

▲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을 기획한 ENV 커뮤니케이션 박기덕 대표 (사진=ENV)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국내 사진전 사상 최대 관람인원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명품 사진전 <내셔널지오그래픽展>이 11월에 개봉해 내년 3월 4일까지 서울용산전쟁기념관에서 선보인다.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담았던 기존 전시와는 달리 ‘동물들을 위한 방주’라는 컨셉으로 2년 만에 돌아온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중앙뉴스>에서는 전시 안에 담긴 내밀한 이야기를, 이번 전시 기획자인 ENV 커뮤니케이션 박기덕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들어본다.

 

▲우선 운명처럼 만나게 된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첫 만남에 대해 소개해 달라.

㈜디자인하우스에서 ‘리빙디자인페어’라는 전시를 성공적으로 기획했고 퇴사한 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였다. 우연히 어울린 회식자리에서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 광고영업 담당자와 합석을 하게 됐다. 마침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이 1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구상한다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시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때의 4장짜리 기획서가 지금의 블록버스터 전시회 역사를 열었으니 돌이켜보면 감개무량하다.   

 

사실 2010년 <내셔널지오그래픽展 생명과 자연>이라는 첫 전시회를 개최할 당시 G20 정상회의와 연평해전까지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은 전시회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수근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셔널지오그래픽展 생명과 자연>은 국내 사진전 역사상 기간대비 최다 관람객이 방문한 전시가 되었고 지방투어에서도 그 도시에서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시업계의 혁신을 가져왔다. 그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는 ENV커뮤니케이션를 대표하는 전시로 자리매김했고 약 2년을 주기로 새로운 주제로 거듭나면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블록버스터급 전시회 위상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이라는 콘테츠에 끌렸던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사진작가로 활동하셨다. 1남 3녀로 태어났지만 남자라고 특별대우 하지 않는 어머니의 신사고적인 양육방식과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던 그분의 창의적인 관점이 무의식 속에서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같은 피사체라도 찍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묘한 매력 때문에 더욱 끌릴 수 밖에 없다. 디자인하우스 근무시절, ‘리빙디자인페어’라는 전시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품전시로 만들어 놓았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조명, 가구를 조화롭게 배열하여 주거공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업이었는데 그때도 마치 하나의 사진을 찍는 것처럼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감성을 기억해서 지금의 작업과 접목시키고, 그로 인해 관객과 공감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의 희귀동물, (사진=ENV)

  

▲이번 사진전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 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시 부제인 ‘포토아크(Photo Ark)’는 129년 동안 지구의 모습을 기록하고 발견, 탐험해 온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사진작가 조엘 사토리가 10여 년 전부터 진행해온 글로벌 공동 프로젝트이다.

 

포토아크 프로젝트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사진을 비롯해 처음 접하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생물 종, 동물원에서 만났던 친근한 동물들이지만 보호가 필요한 동물 등 생물 5,00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각각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슷한 눈을 지닌, 우리와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생물들의 다양성을 습득하게 된다. 

 

값비싼 약재로 거래되는 말레이호랑이, 최근 20년간 인도네시아 야자유 농장개발로 서식지를 빼았긴 오랑우탄, ‘오거스틴’이라는 코알라 어미가 새끼를 등에 업고 있는 모습까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물들의 사진은 너무 늦기 전에 위험에 처한 생물 종을 알리고, 인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멸종위기의 생물 종을 보호하자는 ‘Save Together’라는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의 희귀동물, (사진=ENV)

 

▲사진작가 조엘사토리가 생물의 다양성을 눈과 가슴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한 것이 인상 깊다. 이 부분에 대해 더 설명한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1,000배나 빠른 속도로 종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말로 동물의 종들을 구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본다. 왜냐하면 정말로 많은 종들이 우리 인간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Photo Ark’ 창시자이자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게 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조엘 사토리는 기발한 촬영기법으로 사람의 눈과 교감하는 동물의 눈과 놀라운 표정을 묘사했다. 현재 멸종위기의 12,000종의 동물사진을 찍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인 그는 “모든 창조물들은 크기와 상관 없이 존재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들의 순수한 생명이 느껴지는 눈빛과 호소하는 듯한 표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조엘 사토리는 생김새는 물론 사는 환경도 다양한 조류, 파충류, 무척추동물, 포유류, 양서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들을 현실감 넘치는 생물촬영기법으로 촬영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촬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함으로써 사람들과 더욱 친밀하게 호흡하려는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

 

▲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 포스터,  (사진=ENV)

 

▲ENV커뮤니케이션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외에 어떤 거장들이 색상을 표현했나.

지난 2010년 <내셔널지오그래픽展 생명과 자연>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2011년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展>,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展 아름다운 날들의 기록>, 2014년 <와일드라이프 사진전&증강현실 체험展>, 2015년 <내셔널지오그래픽展 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을 흥행시켰다.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카쉬가 만난 정치가, 예술가, 배우, 과학자들의 모습을 담은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展>은 카쉬 작품 세계의 핵심인 20세기 인물을 조명했다. 카쉬는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피사체를 표현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오드리햅번의 슬픈 표정을 담기 위해 그녀에게 전쟁으로 인해 힘들었던 이야기를 끄집어 냈던 그의 감성, 인상 쓴 처칠의 모습을 실제적으로 담기 위해 그가 피우던 시가를 손에서 빼앗은 일화 등도 유명하다. 

 

또한 미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 F. 케네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단행본 에 기초를 두고, 위너 실러 플로덕션의 로렌스 실러가 기획을 맡은 전시회다. 국내에는 주한미국대사관 주최로 개최됐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전시장 내에서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 이번 특별전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존 F. 케네디 사진전   (사진=ENV)

      

▲전시의 매력은 무엇인가.

전시회는 기업이 문화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감성 마케팅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시는 높은 관람율을 기반으로 기업의 타깃인 소비와 소통하는 중요한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문화코드는 감성이다. 전시산업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연령제한 없이 모든 고객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런 전시사업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전시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과거의 인물이나 역사를 천재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작가들의 영감이나 창의성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전시산업의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시 콘테츠 역시 질적 향상이 중요하다. 물론 100억짜리 비용을 들인 100억짜리 컨테츠도 감동을 줄 수 있지만 비용과 질이 비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랜 시간 기획자가 충분히 고민하고 애쓴 양질의 콘테츠는 전시회장을 나오는 관람객들의 감동 어린 눈빛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문화에 대한 콘테츠가 다양해지면서 전시에 대한 수요자가 예전보다 늘긴 했지만 공급자를 못 따라간다. 

 

무엇보다도 전시기획자는 전시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애정을 갖는 장인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시산업의 수익만을 쫓다 사라지는 거품과 같은 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전시기획에 대한 별다른 학과가 개설돼 있지 않아 질적으로 콘테츠를 기획, 개발할 수 있는 후배기획자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양적으로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전시가 아니라 작품 하나를 전시하더라도 제대로 기획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테츠를 구상하도록 기획자 스스로가 먼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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