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류협력 강화, 정치 안보 분야까지 협력 확대, 사드 관련 미묘한 입장 전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안보 관련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더불어 양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여러 사안에 대해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방중 일정을 수행 중인 문 대통령은 14일 16시반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5일 오전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며 '2시간 반' 동안 양국 정상이 좋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3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양국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음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 △남북한 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함 등이다. 

 

안보 관련 원론적인 합의라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해 막혔던 경제 교류를 재개함과 동시에 안보와 정치적인 협력에까지 나아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깊다. 

 

경제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무엇보다 ‘10.31 한중 외교 합의’를 통해 사드로 인한 경제 보복 사태를 일시적으로 봉합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그 후속 절차의 성격이 강하다. 양국 정상은 관련해서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 중국과 무역하는 수출 기업,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을 받는 관광산업 등 그동안 우리나라가 사드 보복으로 받는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합의를 통해 원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한창푸 중국 농업부장관이 '한중 동물 위생검역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 주요 부처 수장들이 각 분야에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청와대)     

 

양국 정상은 일반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환경·의료·미래산업·스포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7가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양국 각료가 동석한 확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해각서 7가지. (청와대 자료=박효영 기자)    

 

외교 안보 분야 협력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 촉구했고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병행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시 주석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데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윤영찬 수석은 양국이 경제·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을 뛰어넘어 외교·안보·정당 등 민감한 정치 분야에까지 협력을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이 다방면의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고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데 합의했다고 후술했다. 전화와 서신 등 빠르게 대화할 수 있는 핫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 평화를 위해서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제안했다. 특히 한·미·중, 한·중·일 등 3자 협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사드 문제는 돌려서 입장 전달

 

윤 수석은 시 주석이 사드 문제 관련 직접적인 요구를 하거나 부담스러운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좌절을 겪으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 해가자”고 말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 주석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는 것인데. 청와대 출입 기자단이 전하는 현장 분위기는 이전 정상회담에 비해 긴장된 분위기라는 게 지배적인 판단이다. 사드 배치 문제가 완전히 봉합 국면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정상회담 직전 중국 정부는 3불 원칙(사드 추가배치·미국 MD체제 편입·한미일 군사동맹화 반대) 문서화를 요구하는 등 넌지시 우리 정부를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시 주석도 ‘사드’라는 말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드 관련 요구사항을 그렇게 우회적으로 문 대통령에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하나 때문에 경색되는 분위기를 막고자 한중 양국의 역사적 우호 관계를부각하면서 “운명적 동반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시 주석도 이에 동조하며 한중의 외교관계가 양국에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중국이 만족할만한 사드 관련 조치를 취해줄 수는 없으니 다른 측면의 우호관계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국 정상은 2018 평창·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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