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면담, 방중 일정의 성과, 경제부처 재가동, 중국 단체관광 재개 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과 중국의 사드 갈등이 진정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무역 실무부처 간 소통 채널이 가동되고 유커(중국 관광객)의 단체 방한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두 가지 조치는 중국이 사드 보복을 공식 철회했다는 일종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2박 3일 방중 일정은 지속적으로 ‘홀대론’ 논란에 시달렸지만 대신 사드 보복 철회를 공식화해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를 만났다. 

 

리 총리를 만나기 직전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났다. 장 위원장은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 발전에 아주 중요하고 문 대통령의 방중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중 일정에서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상무위원장까지 중국 권력서열 1, 2, 3위를 모두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리 총리도 문 대통령이 “추운 겨울”에 중국을 방문했지만 곧 “따듯한 봄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31 외교 합의’ 이후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덕담을 건넨 리 총리는 “무역 부처 간 소통 채널이 멈춰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양국 간 실무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드 보복 철회를 공식화하는 것은 경제교류협력을 재개하는 것과 같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와 문 대통령이 한중 경제협력 재가동을 위한 약속을 했다. (사진=청와대)     

 

14일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경제 분야 7대 양해각서가 실무 차원으로 이행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양해각서는 FTA·환경·보건의료·미래산업·스포츠·문화·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에 화답하면서 한중 관계를 바둑에 비유해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미생의 시기를 지나 완생으로 가고 이후 상생의 시기로 갈 것”이라며 사드로 인한 양국 관계의 후퇴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지난달 13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첫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양국 관계 전환과 교류협력 재개를 예고했는데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끊겼던 유커의 발길 돌아오나

 

양국 정상은 14일 회담에서 2018년 평창·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관련 교류협력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이의 연장선상에서 리 총리에게 “2018년과 2022년을 양국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리 총리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하면서 “한국의 동계올림픽 운영 경험을 중국이 배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관광공사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3월 ‘한국여행 금지령’을 내리고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의 명동과 제주도·인천 등 유커(관광객을 뜻하는 중국어 표현)의 소비에 큰 수혜를 입었던 우리 상업경제는 1년 가까이 울상이었다. 

 

▲ 지난 8월 사드 보복 조치의 일환인 한국 여행 금지령이 한창일 때,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10.31 합의 이후 개별 유커들의 방한이 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단체 관광 허가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연말 연초를 전후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계기가 돼 유커의 단체 관광이 재개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또한 단순히 관광 산업의 회복 뿐만이 아니라 중국인이 한국에 많이 온다는 것 자체가 사드 보복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중요성 떄문에 우리 정부도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중국 주요도시 순회 로드쇼를 개최하고, 중국 국제여유교역회에 참여해 한국형 관광 세일즈를 추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법무부는 크루즈 방한 유커를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유커의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 감면 조치를 2018년까지 연장 시행하기로 했다. 

 

사드 ‘불씨’는 사라졌나 ··· 그래도 ‘실리’는 챙겼다

 

문 대통령은 15일 리 총리를 만나기 전에 방문한 베이징 대학교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의 “대국다움”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개최된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책임의식과 국제사회 기여’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주변국들로 하여금 신뢰하게 하고 함께 가고자 하도록” 만드는 국가라고 묘사하면서 한국의 사드 배치를 양해해달라는 의도를 은연 중에 드러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 안보 4대 원칙과 경제 교류협력 재개 등 양국 관계가 회복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사드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무리인 측면이 있다.

 

중국 정부는 14일 언론에 발표한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시 주석은 사드 문제 관련 중국 측의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염두에 두고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전에 우려됐던 3불 원칙(사드 추가배치·미국 MD체제 편입·한미일 군사동맹화 반대)이 거론되지는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3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양국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 이 문제를 책임있게 조치하길 바란다”며 사드 관련 입장을 길게 풀어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중국 정부의 입장은 한층 수위가 약해졌다. 

 

하지만 ‘사드’라는 표현이 굳이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중국이 여전히 한국의 사드 배치 관련 불편한 심경을 유지하고 있고 향후 우리 정부의 행동에 따라 대응 태세가 달라질 것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 일정에서 <공항 마중, 국빈 만찬 없음, 일정 축소, 기자 폭행에 대한 중국 당국의 미온적 태도> 등 중국이 한국을 홀대했다는 논란이 일어 홍역을 치렀다. 그런만큼 중국의 태도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