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번 학기에 시작한 한 영어강좌 ‘Korea and Northeast Asia'강의를 종강하면서 수강생들에게 그 동안 무엇을 느꼈는지를 물어 보았다.

아무래도 대학 캠퍼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反美가 주류를 이루는 주사파시대를 건너 왔지만, 아직도 학교 구석 구석에는 낡은 구호인 반미를 주장하는 글들이 보인다.

필자는 이 번 강좌를 통하여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그리고 동아시아에서의 지역주의의 발달, 남북문제, 한미동맹문제, 통일문제, 중국의 위상과 역할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주려고 노력하였다.

오늘 강의 종강 소감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학생들이 이 과목을 수강하면서 한미동맹이 왜 중요하며 아직도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차지하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국가의 이익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異口同聲으로 하였다.

필자의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무턱대고 반미를 해야만 진정한 민족주의자가 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에서 학생들이 빨리 벗어나서 더불어 공존하는 세력균형과 개방적 지역주의, 다자주의의 진정한 동력인 협력과 동맹, 그리고 때로는 냉정한 경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관계설정도 공부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독서하고 정리하고 발표하는 훈련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살아있는 원문을 접하면서 더 그 지식에 친밀감을 느끼고 영어실력도 향상시키고 사회과학적 지식도 축적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고된 훈련과정이었을 것이다.

대학에서,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다가 보면 때에 따라서는 학부생이나 박사과정생이나 때로는 큰 차이 없이 동일한 수준의 논문을 읽고 의견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힘든 과정이 있어야 그 강좌를 수강한 결실이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시각으로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 국내정치나 국제정치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이에 기반 한 현시대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는 시각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왜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한미동맹의 강화가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은 시각을 국내의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의 문제로 돌려서 이제야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는 상식을 갖은 국민은 이러한 문제에서 하나뿐인 정답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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