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실 덩실 춤추는 가야금, 이슬기 콘서트
관객들과 ‘너영나영’ 합창, Happiness, Amazing Grace 등 연주
 
 

▲ 이슬기     © 스톰프 뮤직
참 재미있는 공연 이었다. 이슬기(28)는 가야금 연주가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6월5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군포시 군포 문화 예술회관 소 공연장에서 가야금 연주가 이슬기 콘서트(Happiness 콘서트)가 열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다소곳하게 앉아 말없이 가야금 줄을 튕기는 이슬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산뜻한 무대 의상을 갖춰 입고 어깨를 들썩이며 흥겹게 가야금을 연주하는 이슬기를 볼 수 있었다.

관객들과 함께 노래도 불렀다. 제주민요 ‘너영나영’ 을 판소리 창법이 아닌 부드러운 발라드 창법으로 불렀다. 하지만 판소리 창법은 이미 노래 속에 녹아 있었다. ‘너영나영’ 은 이슬기 2집에 수록된 곡이다. 이슬기는 관객들에게 ‘너영나영’ 을 한 소절씩 가르치며 불렀다.

2집 앨범은 지난 2008년에 나왔다. 25현 가야금으로 재즈와 뉴에이지 풍 음악을 연주, 음반에 담았다. 피아노와 현악4중주, 드럼과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와 함께 했다.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두 곡을 만들어줬고, 꽃이 피어나는 느낌과 향기를 표현한 타이틀곡 'Blossom' 등은 직접 작곡했다.

이번 공연에서 이슬기 는 자신이 작곡한 'Blossom'과 뉴에이지 국악 선두를 달리는 강상구의 'Happiness'를 비롯, '강원도아리랑', 'Amazing Grace' 등을 연주했다.

이슬기 에게는 그의 어머니 이야기가 수식어처럼 늘 붙어 다닌다. 이슬기 어머니는 무형 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인 문재숙 교수(이화 여대) 다. 어머니 덕에 이슬기는 숙명처럼 가야금을 배우게 된다. 가야금이 이슬기에게 숙명 이었다는 것은 공연 중 멘트에서 잘 나타난다.

“어렸을 때 장난감이 가야금 밖에 없었어요. 어머니는 내 몸에 맞는 작은 가야금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가야금을 배웠어요"

이슬기는 국립국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국악과를 졸업 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국악고 재학 시절, 전주대사습놀이 기악부 장원, 서울대 국악과 시절 전국 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등 굵직한 상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학교를 졸업 한 후 KBS국악관현악단에 5년간 몸담았다. 2006년 미스코리아 '진'이었던 이하늬의 친 언니로도 유명하다.


친구들 집에 가야금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

▲     © 스톰프 뮤직
공연 시작 전, 출연자 대기실에서 이슬기 씨를 잠시 인터뷰 했다. 짧은 만남 이었지만 음악인 이슬기 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슬기는 시종일관 다소곳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정통 국악을 공부한 이슬기가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하는 이유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이슬기는 다른 장난감 없이 가야금, 장구 등 전통 악기만을 가지고 놀았다. 대학 진학 후, 친구들 집에 가야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놀랐어요. 친구들 집에 가야금이 없다는 사실에. 또래 아이들은 모두 저처럼 가야금을 가지고 노는 줄 알았거든요. 내가 좋아 하는 국악을 친구들은 어려워하는 것이 가슴 아팠어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 할 수 있을까 고민 했어요. 우리 음악이 흥겹고 재미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어요”

이슬기가 연주하는 가야금은 25현이고 줄 소재도 명주실에 폴리에스틸렌을 섞은 것이다. 전통 가야금은 12현에 줄 소재도 순수 명주실이다. 이슬기가 연주하는 가야금 소리를 듣고 혹자는 “이게 가야금 소리인가” 하고 놀라기도 한다.

가야금이 25현으로 개량된 것은 90년대부터다. 12현 가야금은 5음계(솔라도레미) 만을 낼 수 있지만 25현 가야금은 8음계(도레미파솔라시도) 를 모두 낼 수 있다. 그래서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하는 이슬기는 서양 음악과 합주가 용이한 25현 가야금을 연주한다.

어린 시절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슬기 에게도 좌절은 있었다. 고교 때 산조 장르 마지막 부분이 막혀서 한때 좌절한 적이 있다.

“말발굽 소리가 나야 하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그 소리, 그 느낌이 나지 않았어요. 어머니 가야금 소리를 듣고 아! 저 소리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 때 연습실에서 그 부분만 밤새 연습 한 적도 있어요. 일주일 후에야 비슷한 소리가 났어요. 이런 과정 겪으면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성음(득음)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지금도 성음 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이슬기씨 군포 공연은 서양 음악을 하는 대중 가수들 공연만큼 재미있었다. 그가 원한 것이 ‘대중과 소통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 이라면 군포 공연은 성공 한 것이다. 가야금과 이슬기가 한 몸이 되어 노래하고 춤 출 때 마다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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