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밤, 서울광장 상설무대에서 펼쳐진 폴 포츠의 내한 공연은 초여름밤의 열기를 100배 더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공연 전부터 남녀노소 수만명의 시민들이 녹색 서울광장을 발디딜 틈조차 없이 가득 메운 가운데, 그의 등장에 앞서 국내 뉴클래식 4인조 ‘비바보체’, ‘배일환 이화첼리’의 오프닝 연주가 펼쳐졌다. 미리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감미로운 클래식 연주에 숨을 죽이며 공연에 몰입해 갔다.



2007년 영국 ITV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우승한 폴 포츠(Paul Potts)는 어느덧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얼굴이 되었다. 교통사고에 호감형 외모 등으로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휴대폰 외판원. 마침내 성악가수의 길로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그래서 폴 포츠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드디어 폴 포츠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비록 공연무대는 30분도 채 안 됐지만 두번째 앨범 '열정(Passione)'에 수록된 '라 프리마 볼타(La Prima Volta)' 등 다섯 곡으로 채워진 열정적인 무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어졌다.

폴 포츠의 목소리가 서울 하늘에 메아리칠 때마다 한 음절 한 음정이라도 놓칠세라 시민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쉬지 않았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시민들은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보냈고 그는 서툰 한국어지만 "감사합니다"란 인사로 화답했다. 공연은 9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이 났다. 하지만 시민들은 감동적인 무대를 잊지 못해서인지 서울광장을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서울광장'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서울광장이 세계적인 스타까지 불러들여 시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멀리 진주에서 한달여 전에 직장 문제로 상경했다는 최지호(32)씨는 "서울광장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게다가 무료로 시민들에게 부담 없고 질 높은 공연을 제공하고 있으니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민으로서 강한 자부심과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특히 이번 폴 포츠 초청 공연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삶의 의욕을 재충전시켜준 좋은 기회였고, '하면 된다'는 강한 신념을 안겨주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서울광장이 더 이상 정치구호가 난무하는 시위, 투쟁의 장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아무쪼록 서울광장이 365일 내내 시민들이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진정 시민을 위한, 시민의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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