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유선진당 총재 이회창입니다.

구름은 잔뜩 끼어 있으나 비가 오지 않는 密雲不雨의 답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회법상 6월 임시국회가 열렸어야 할 어제까지 국회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169석에 달하는 거대한 한나라당이나, 84석의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서로 당리당략에 따라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6월 한 달을 허비하는 동안, 비정규직관련법은 어제로 時限을 다 해 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게 되었습니다.

우리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단 한 발자욱도 양보를 하지 않는 암담한 상황에서
산적한 국정현안, 특히 비정규직 관련법을 해결하고자 아무런 조건 없이 국회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원 1년이 넘도록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 하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우리 자유선진당의 권선택 의원이 나서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5자 회담’을 구성했습니다. 5자 회담은 어제 밤까지 12차례가 넘는 마라톤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갈리는 노동계와 산업계, 그리고 각 당의 맹목적인 정치적 입장차가 너무 커서 아무런 소득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오늘부터는 최소 수 만 명, 최대 100만 명의 근로자들이 실업자가 되어야 할 참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대규모실업사태를 막기 위해 아무런 실질적인 대책도 내 놓지 않고 그저 현행 비정규직법의 시한만 2년 유예하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가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대량실업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月 4만 명 정도의 실업은 우리 경제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時限이 닥치자 당장 위기만 모면해 보고자 시한만 유예하자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과연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입니까?

또한 月 4만 명의 해고와 실업은 괜찮다며, 국회에 들어오지도 않고, 실업자의 아픔이나 예비 실업자들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하는 민주당도 참으로 무책임한 정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심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우리 자유선진당은 그동안 당장 코앞에 닥친 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장 규모에 따른 1년 6개월 유예 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자고
누차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18석의 제3당으로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관련 3개의 법이 지난 2006년에 국회에서 통과될 때부터 사실은 오늘의 결과가 예상됐었습니다.

비정규직문제는 고용주인 기업들이 경제적 여건과 노동계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당시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여론 몰이식으로,
기업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만든 법이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관련법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법들입니다.

더구나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이들 법은 비정규직이 2년 동안 근무할 경우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비정규직보호를 위한 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규직화를 원하지 않는 기업주는 고용기간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않는 모순극치의 법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일단 야당도 참여해서 입법이 된 이상, 어제까지로 시한이 규정된 이들 법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개정작업을 했어야 합니다.
최소한 대책 없이 해고사태가 닥치는 일은 막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정치권이 이토록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게 되었는지 통탄스럽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한 치도 양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재계와 노동계도 이젠 변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지난 2006년에 노동의 유연성을 담보하고자 입안했던 최초고용계약제(Contrat Première Embauche)가 청년층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었던 일은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첫째, 비정규직을 사용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職種과 기간, 정당한 사유를 법에 규정하면서 파견근로자에 대한 대우도 조속히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둘째,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엄청난 차별대우를 받는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 그리고 정규직간의 차이를 점차 없애 나가는 일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연합 국가들이 대체로 이같은 내용의 입법을 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1997년의 단시간 근로자 지침과 1999년의 기간제 근로자 지침 등 다양한 EU지침을 통해 노동의 다양성과 근로자의 권리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우리의 사정은 같지 않지만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유연성의 여지도 합리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찾아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여론수렴을 위해 국회 안에
가칭 ‘비정규직법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합니다.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대사회에서 비폭력적인 가치배분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토론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고용기간과 계약갱신 등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결론이 날 때까지 논의하고 이해를 조정합시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도 구성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특별위원회를 환노위 안에 설치하는 것은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차원의 한시적인 특별위원회구성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국회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비방만 하면서 국민의 아픔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작지만 한 정당을 이끌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정치현실을 초래한 데 대해 그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자유선진당은 공룡처럼 거대하지만 무기력한 한나라당이나,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무책임한 제1야당에 끌려 다니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국민 여러분의 아픔과 고통을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자유선진당이 다양한 갈등의 깊은 골에서 벗어나 높은 정책 생산성과 정치 생산성을 가지고 한국정치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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