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위원들이 1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단독 기습상정한 것을 두고 여야 간 상정 효력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법안 상정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원진, 박준선, 조해진 등 환노위 한나라당 위원들은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기습상정 이유와 적법성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적법하게 회의 진행했다”... 추미애 환노위원장직 사퇴 촉구 및 책임 전가


이들은 “법안소위 구성 및 미상정 법안의 상정을 위해 지금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7번을 불응하고, 그나마 진행된 회의조차 2분 이내로 끝낸 적이 3차례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추 위원장의 대응은 국회법 50조5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백한 의사진행 거부 또는 기피 행위”라며 “이 규정에 따라 (1일) 적법하게 회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16분, 조원진 환노위
간사가 상임위 수석
전문위원에게 “(추 위원장이) 5분 이내에 사회를 보지 않으면, 사회 거부로 알고 사회권을
행사하겠다”고 1차 통보했고, 7분 뒤 위원장석으로 자리를 옮긴 조 간사가 “10분 더 기다리겠다”고 재통보했다는 것.

조 간사는 10분 뒤인 3시33분에 회의를 진행했고, 3시37분에 수석전문위원이 추 위원장 뜻을 밝히러 왔지만, 이미 회의는 진행 중이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항한 사례는 총7차례가 있었다”며 “2004년 열린우리당이 시도했던 직무대행 건만 무효
처리됐고, 나머지는 적법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12월, 국회 법사위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최재천 간사가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원장석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상정시도한 바 있다. 여야 간 상정 유·무효 공방을 벌이다 2005년 5월, 여야 합의로 재상정 절차를 밟았다. 정치적 해법으로 사태를 해결한 셈.

이들은 이 같은 무효 사례를 민주당이 들고 나오자 “당시에는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렸고, 정족수와 개의선언 여부 등에 대해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법원이 정치적으로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며 “이번 직무대행 건(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은 추 위원장의 거부·기피로 인해 일어난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법안 상정 효력은 이날 회의를 끝으로 만료됐기 때문에 다음 회의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선 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기거나, 향후 논의 일정을 결정한 뒤 산회를 선포했어야 한다는 국회법 78조를 근거로 한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환노위는 법안심사소위가 구성되지 않아 지금껏 상정된 안건을 소위로 회부하지 못하고,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으로 진행했다”며 “일정에 대해서는 차후에 정하겠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한 1일
회의록에는 “상정 법안은 대체토론 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함이 마땅하나, 우리 위원회는 아직 소위가 구성되지 않아 오늘 회의는 이 법안을 상정하는 것만으로 하겠습니다. 다음 일정은 차후에 정하여 알려드리고자 합니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약 민주당 주장대로 국회법 78조가 문제된다면 지금까지 환노위에서 이뤄진 모든 안건 상정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환노위 한나라당 전체위원 명의로 추 위원장의 환노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추 위원장과 민주당으로 돌렸다.

불법행위 규정 “국회를
놀이터로 만들고, 모의연습을 한 것에 불과”


민주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의 기습상정을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추 위원장은 1일 저녁 9시 야당측 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어 “앞서 자행된 한나라당의 불법행위는 어떤 종류의 환노위 회의도 아니라는 것을 위원장으로서 공식 선언한다”며 “위원장으로서 여당의 불법행위를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을 것을 지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추 위원장은 한나라당 단독 기습상정 직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간사 간 의사일정 협의도 해야 하고, 위원장에게 얘기도 해야 하는데 다 생략됐다. 법적으로 의미가 없다. 유권
해석 할 필요도 없다”며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를) 놀이터로 만들고 모의연습을 한 것으로 회의는 열린 적이 없다”고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정규직법 기습상정은) 부끄러운 일이고 쿠데타적인 상황”이라며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국회에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며 “추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지시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를 소집했다. 이는 진행할 아무런 권한과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회 의사국 측은 “현장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 판단하기 힘들다. 환노위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며 정치적 부담을 의식, 유권해석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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