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번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과학기자협회가 4월2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원자력안전 대토론회’에서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 원전사고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10대 교훈’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 발생으로 자동 정지되고 비상계통이 성공적으로 작동됐지만, 지진해일로 비상 디젤발전기가 침수되면서 냉각시스템이 멈춰선 것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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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일본 동경전력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리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이 로드맵에 의하면 사고 원전의 냉각시스템이 안전되기 까지는 최대 9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장 교수는 국내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을 비교했다. 원전은 비등수형(BWR)과 가압경수로형(PWR)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수형 원자로이며 국내 원전은 가압경수형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BWR은 원자로에서 발생된 증기가 터빈으로 직접 들어가 발전기를 가동시키는 방식으로, 원자로와 터빈이 분리돼 있지 않다”며 “반면, PWR은 증기발생기가 원자로와 분리돼 사고시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벽이 더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원전에는 다양한 비상냉각시스템과 4가지의 수소 제어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원자로용기를 둘러싼 격납용기가 후쿠시마 원전보다 10배 정도 커 사고시 압력이 상승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다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10대 교훈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비상냉각시스템을 가동시키기 위한 비상 디젤발전기 1대를 추가한다던가 이동식 발전기를 비치함으로써 비상 전기공급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 보관 수조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고, 수소제거시스템을 점검·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내진설계는 문제가 없었지만 예상보다 큰 지진해일로 발전소내 전원이 멈추면서 붕괴열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큰 문제였다며 일본 사태를 거울삼아 전원 없이도 가동되는 피동형 수소촉매 재결합기(PAR)를 보강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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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 대토론회 참석자들이 기조연설과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장 교수는 제도적 측면에서는 중대사고시 대응할 수 있는 절차서를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은 중대사고 방지전략은 잘 돼 있지만 절차서가 미비해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강화하고 고급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으며, 중대사고를 포함한 안전 연구를 증진하고 이 연구결과가 매뉴얼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번 일본 원잔사고는 사고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국제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환기시켜 줬다며 국가간 공식채널도 중요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문가간 비공식 채널을 통한 지식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초대형 자연재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주문했다.

백 본부장은 국내 원전 주요 설비의 내진 성능은 설계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격납건물, 원자로건물, 핵연료 건물 등은 대형 지진에도 기본적인 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필수 안전 기능 유지를 위한 핵심 설비를 중심으로 내진성능을 종합 재평가해 필요할 경우 보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원전이 설계 기준 수위와 비교해서는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으나 발생 가능성이 낮은 초대형 쓰나미까지 고려할 경우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며 핵심 설비에 대한 침수 방지설비 및 방수시스템 보완을 강조했다.

한편, 또다른 주제발표자인 노병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 미친 방사선 관련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측정된 대기중 방사성 요오드(I-131) 최고값은 3.12mBq/㎥으로, 평상시 실내 천연라돈(자연 방사성물질)의 농도(100mBq/㎥)보다 낮고, 빗물 중 요오드 최고 농도(2.81mBq/㎥))도 백두산 천지 물(약 20톤)에 1.2mg의 요오드가 녹아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노 본부장은 백두산 천지 물에 1.2mg의 요오드가 녹아 있다고 해서 ‘방사선 물’이라고 하지 않듯이 방사성물질이 극미량 검출된 비를 ‘방사선 비’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표현이라며, 모 외국인기자가 후쿠시마가 한국에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원전에 대한 우려가 과열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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