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에서> 해우소(解憂所) 단상(斷想)

▲ "진일보 진문명(進一步 進文明)” 중국 소주(蘇州)의 어느 공원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에 역시 우리와 비슷한 의미가 담긴 글귀가 기억에 떠오른다.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 되고부터 지금은 농촌이 아니면 재래식 화장실을 찾기가 싶지 않다.

해우소(解憂所), 절 집의 화장실을 이렇게 부른다. 글자 그대로 라면 걱정, 근심을 없애 주는 곳이란 뜻일께다. 왜 하필 화장실에 가야만 근심이 해소 된다는 것일까.

가끔 전통찻집이나 민속촌 같은 곳의 화장실 입구에 “근심 푸는 곳” 이런 팻말을 보노라면 그 집 주인의 생각이 멋스럽기 까지 하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 언어를 모르기에 화장실은 급하게 가야하고 쩔쩔맨 경험을 한두 번은 한 사람들이 많다.

여행지에서 접한 그 이름 또한 다양하다. 토이렛(Toilet) 레츄린, WC, Men Women, 남성모자, 여성얼굴, 어떤곳은 남녀 옷차림 등등 표시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비단 눈물만이 아니죠”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 붙여 놓은 이 문구의 의미가 무척 흥미롭다.

“진일보 진문명(進一步 進文明)” 중국 소주(蘇州)의 어느 공원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에 역시 우리와 비슷한 의미가 담긴 글귀가 기억에 떠오른다.

지금은 퇴색 되어버린 “처갓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고 한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실감하게 된다.  

공중화장실 하면 나는 먼저 좌변기 사방벽면에 빼곡히 적힌 낙서와 낯 뜨거운 그림들. 흩어진 휴지조각, 청소를 하지 않아 불결하기 그지없는 지난날의 우리의 공중화장실이 떠오른다. 

80년대 초 선진국이라 자처하던 오스트레일리아가 백호주의를 청산하고 외국이민자를 받아 드릴 지음, 공원 화장실은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열차화장실까지 빼곡히 적힌 낙서들 “ 영주권을 달라”는 애원에서부터 갖은 욕설과 이상야릇한 그림들을 보면서 “인간은 나라와 풍습은 달라도 욕구를 분출하는 방법은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재래식 제주도 똥돼지 사육방법, 뒷간과 연결된 돼지우리 설치가 기발하다 해야 할지, 지금도 제주도의 농가에서 재래식 방법대로 사육하는지는 아는바 없으나 얼마 전 민속촌 안내자의 똥돼지 사육방법을 들은 젊은이들의 표정이 가관 이였지. “ 그렇게 기른 돼지고기를 먹다니…….”

“내 신장(콩팥)을 팝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붙은 스티커에 적힌 글귀다. 전화번호까지 적어 둔걸 보면 장난은 아닌 성 싶다. 장기매매는 불법이기에 신장을 떼어내 팔겠다는 그 사람의 사연이 너무도 궁금하다. 절박한 사정이 아니 고서야 자기의 신체 일부를 팔겠다고 할까.

사업 실패로 인한 생활고, 빚을 갚기 위하여, 사업자금 조달 등등 내 나름대로 사연을 유추해 보지만 아무튼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귀한 몸뚱이의 일부를 돈으로 바꾸겠다니

황당하다 못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그의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우리의 의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최근 공중화장실 어디를 가나 놀랄 만큼 달라진 화장실 문화가 자랑스럽다. 선진국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없으니 말이다.

도시의 손자 손녀가 농촌의 재래식 화장실 때문에 자식들의 발길이 뜸하다며 서둘러 수세식으로 개조하는 추세이고 보면  덕분에 이래저래 우리의 농촌 주거 환경이 변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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