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과 함께 연초 호조를 보였던 채용시장이 최근 국내외 불안한 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2009년 역시 어두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용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도 채용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이 같은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12월 3일부터 8일까지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에 대해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72개 사)의 30.6%(22개 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이 밝힌 채용규모는 총 6천8백35명으로 올해(7,917명)보다 13.7% 감소했다.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은 41.7%(30개 사)였는데, 이들 기업이 예년 수준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는 전제하에 규모를 산출해도 9천8백여 명으로 1만 명을 밑도는 수치다. 이 경우 내년도 채용인원은 올해(11,443명) 대비 14.1% 감소하게 된다.

이번 채용계획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답변 자체를 거부한다’는 기업이 23.6%(17개 사)로 기업 4곳 중 1곳은 통화를 사절했다. 회사방침에 의해 채용과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도 답변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는데, 금융권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 자신도 무척 괴롭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2009년 채용진행여부 조차 파악이 안 되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65.3%를 차지했으며, 이는 2008년 채용계획 조사 시 ‘계획 자체가 미정’이라고 응답한 37.8%보다 1.7배 정도 많았다. 지난 8일 기업 10곳 가운데 9곳이 12월에 들어서도 사업계획을 정하지 못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내년도 채용시장에 대해서는 응답기업(55개 사) 대부분이 같은 의견을 보였는데, ‘어두울 것(채용감소)’이라는 대답이 85.5%로 압도적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14.5%였으며 ‘밝을 것(채용증가)’이라는 답변은 한 곳도 없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경기불안이 지속되는 한 내년 채용시장은 매우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대기업들이 대부분 정부의 채용정책에 동참해 예년보다 많은 규모의 신규채용을 올해 진행한 만큼, 내년에는 채용규모를 줄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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