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창연 페스티벌뉴스 발행인    
농협은 하루속히 농민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비단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가 아니라도 지배구조나 경제사업 등에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조합원 240만 명의 거대 조직인 농협은 1980년대 후반부터 조합장들이 직접 중앙회장을 뽑으며 `관치에서 벗어났지만 남은 건 1-3대 민선 회장이 죄다 비리로 처벌되는 낯 뜨거운 기록뿐이다. 돈장사에 몰두하느라 농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경제사업에서 해마다 1조 원 가까운 적자를 내는 것도 문제다.

이 대통령은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 "금융해서 몇 조 원씩 벌어 사고나 치고..."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런 질책은 `농협이 돈벌이에만 골몰하고 정작 주인인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세간의 비판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이 이처럼 뿌리 깊은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정도라면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농협은 무엇보다도 지배구조가 문제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역대 회장 3명이 모두 범법자로 전락했겠는가.

특히 3대 정대근 회장은 2005년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현대차에 팔면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과 추징금 1300만 원을 선고받은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를 비롯한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세종증권 인수와 휴켐스 매각 의혹에서도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2006년 세종증권 인수 당시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에게서 50억 원을 챙긴 혐의다. 개방의 파고에 맞서 죽을 둥 살 둥 안간힘을 쓰는 농민은 `나 몰라라한 채 정치나 하고 제 뱃속만 챙기는 복마전이 농협인 셈이다.

2005년 농협법 개정으로 회장의 법적 지위가 비상임으로 격하되고 결재권과 예산권 등이 사업부문별 대표에게 이관됐으나 회장의 전횡은 여전하다.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인사권을 사실상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는 회장이 추천한 후 대의원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하지만 중앙회의 지원이 아쉬운 조합장들이 회장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어려우므로 회장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회장의 권한 축소를 위해 지난 9월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 ▲연임 1회 제한 ▲주요 임원의 임명시 인사추천위원회 추천 의무화 등을 규정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공기업에서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난 추천위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차제에 회장을 완전히 명예직으로 돌려 각종 업무나 이권에 개입할 수 없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질책으로 발칵 뒤집힌 농협중앙회는 6시간이 넘는 긴급 대책회의 끝에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각각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혁 기본방향을 서둘러 내놨다.

아울러 ▲인적 쇄신을 통한 구조조정 ▲농기계임대사업 조기 정착 ▲유사 업종 자회사 통합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농산물 산지 점유율 60%, 소비지 점유율 15% 달성 등의 과제도 제시했다.

이렇게 즉각 튀어나올 수 있는 개혁을 왜 여태까지 미뤘는지 모를 일이다. 만의 하나라도 일단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이라면 타율에 의한 개혁을 재촉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농협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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