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뜨거운 태양은 시인의 영혼을 태우고 그 불길은 한 편의 글로 남았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작가로서 최선의 도인가? 과연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할까?’ 영혼을 태우는 문학도로서 깊은 그의 고민은 또한, 목회자로서의 고민이기도 하다. 진정한 문학도로서, 참된 목회자로서 살고자 하는 시인의 단상을 따라가 보자.

오후 3시 골고다의 언덕에서 드리는 꽃의 기도, 고봉환 목사의 ‘외로운 바위(도서출판 한솜)’가 출간되었다.

고난을 자처할 때는 버림을 당하고
영광만 구할 때는 칭송만 들리니
텅 빈 저 언덕에
오후 3시에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만
그분을 지킨다.
- 본문 ‘외로운 바위’ 中에서

<외로운 바위>는 고봉환 목사의 40여 편의 시와 10여 편의 수필, 그리고 부인 최귀숙의 수필 6편으로 구성된 시선이다. 그의 시는 동적이면서도 절제된 시어 속에 시인의 정적이면서도 격양된 어조와 심상이 깃들어져 더욱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또한, 시에서 다 들려주지 못한 시인의 목소리는 수필에서 더욱 세밀하고도 진솔하게 표현되어 가슴을 울리게 한다.

푸릇푸릇한 20대 시절부터 절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그 시간들, 그 속에 쌓인 믿음, 희망, 사랑을 나누고자 했던 수많은 나날들. 이 책의 곳곳에는 現 목사인 시인 자신의 신앙고백과 믿음, 절대자를 향한 길에서 맞닥뜨리는 고통과 외로움이 녹아 있다. 또한, 이러한 신앙적 고민과 고독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게 하는 아내, 부모님, 그리고 교회가족의 사랑과 연대감은 또 다른 축으로서 글을 지지하고 있다.

“부름 받아 나선 이들은 어디든지, 이름과 빛도 없이 아골 골짜기라도, 소돔 거리라도 가야 한다.” 시인의 이런 신앙고백처럼 그는 맡은 소명을 다하고자, 그 목소리를 전하고자 오늘도 저 골고다의 언덕으로 올라간다. 뜨거운 오후 3시의 태양에도 문학도로서 목회자로서 신념을 지키며, 저 산을 꿋꿋이 지키는 외로운 바위처럼 시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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