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 북, 조의방문단 청와대 접견 목적과 향후 전망
 
▲ 광복절 다음날 '9시뉴스'의 이명박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의사 표명관련 보도화면  9시뉴스 화면복사


"좋은 기분으로 간다"

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 단장인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접견을 마치고 23일 평양으로 떠나기 위해 숙소를 출발하면서 기자들에게 남긴 유일한 한 마디 말이다.

청와대에서 부인하기는 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메시지의 핵심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3차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북미관계의 흐름 등 세계정세와 한반도정세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기남 비서와 같은 고위급 핵심측근을 특사로 남측에 보냈다면 그 정도의 비중 있는 제안을 가지고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8.15기념사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다음날 청와대 관계자가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북이 꼭 핵폐기를 하지 않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뜻이 있음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16일 9시뉴스)

이런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말 그럴 의도가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즉각적으로 최측근인 김기남 비서를 남측에 특사로 급파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방문단의 명칭도 직접 '특사 조의방문단'이라고 붙여주었다고 김기남 비서가 이희호 여사에게 말했었는데 특사는 조의를 위한 것만이 아닌 고 김대중 대통령의 염원이기도 한 남북관계 발전을 논하기 위해 대남정부 특사라는 의미도 담았을 것이다.

청와대는 북측에서 온 방문단과의 접견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는 24일 연합뉴스와의 대담에서 "북한 조문단이 이틀 전 조찬회동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두 정상이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지만 이것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인지는 모르겠고,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그 어떤 고위급 인사도 북측 수뇌부와 협의 없이 남측 정부 실세에게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말할 수 없다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김기남 비서의 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언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된 것이며 청와대에 전달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메시지의 핵심 내용도 이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북측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좋은 기분으로 간다'는 김기남 비서의 말을 놓고 보면 북의 방문단은 소기의 목적을 얻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은 이명박 대통령의 추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건, 북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미국의 입김에 의해서건, 아니면 가장 긍정적인 본심에 있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것이건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주동적으로 특사를 파견한 것이다.

그것도 특사 단장인 김기남 비서가 김덕용 특보에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두 정상이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것을 보면 남북관계 추진 중간이나 그 결실을 안고서가 아니라 남북관계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북의 의도는 명백하다고 판단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추진하여 확고한 합의를 이루어낸 다음 남북 경협 등 6.15와 10.4선언을 본궤도에서 흔들림 없이 고수 이행해가겠다는 것이 그 하나일 것이다.
이는 당연한 분석이기에 자세한 분석은 약한다. 그리고 이 의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명박 정권이 정상회담을 통한 6.15, 10.4선언 지지이행에 대해 거부할 경우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과 5개항의 합의안 등 제반 남북경협을 동결시키고 남측과의 긴장격화 등 이명박 정권의 지지기반을 뒤흔드는 작업에 신속하게 착수하기 위한 것일 수가 있다고 본다.

남북관계 호전을 위해서 먼저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김기남 특사 단장의 말만 봐도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번 특사단으로 내려온 김양건 대남통전부장이 북측의 지하자원이 중국을 통해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며 남측과 경제교류의 중요성을 남측 언론에 역설했다.

이는 현정은 회장과 공동 서명한 개성공단 활성화 등 5개 합의안과 더불어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위기에 처한 남한의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이 바로 남북경협임을 강조한 것으로 정확하게 남녘 민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정상회담을 거부할 경우 그런 남북경협의 파탄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있음을 폭로하여 남측 민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사전 조치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현정은 회장 방북 당시에도 남측 정부당국과 북은 막후 접촉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특사 조의방문단'도 남측의 여러 실무급 실세들과 막후접촉을 진행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남북관계 발전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될 경우 그 접촉과정 등에 관한 비망록을 남녘 주민들에게 공개하여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려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럴 경우 서해 등지에서의 심각한 군사적 충돌까지도 진행되어 호전되고 있는 북미대화마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제 북미관계이건 남북관계이건, 북일관계이건 결판을 내야할 때가 되었다고 결심을 굳혔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 '특사 조의방문단'의 활동이었다.

북은 일본과도 비밀리에 막후접촉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미국 등지에서 계속 나오고 있으며 일본이 이후에도 북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북한의 경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미국과 영국 등의 언론에서는 유엔대북결의안에 따른 경제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북이 남측에 적극적 유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 보도하기에 바쁘다.

날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북의 현실을 놓고 보았을 때 이는 근거도 없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엉터리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북이 최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이고 주동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런 언론보도에 현혹되어 그 주동적 조치의 진의도를 바로 보지 못하고 북이 수세에 몰려 위기 타개책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6,15남북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은 민족의 절절한 염원인 남과 북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공동번영을 이루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어내자는 합의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도들까지 다 밝혀놓은 통일의 이정표이자 고속도로이다.

그래서 결국 이에 대한 거부선언은 위험천만한 대결선언으로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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