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안산 상록을 재보선을 앞두고 추진했던 ‘반MB’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 민주당 김영환 후보와 무소속 임종인 후보는 단일화 방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각자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지지후보인 임종인 무소속 후보   재보선 안산 상록을에 출마한 김영환 민주당 후보   © 신대한.이중앙뉴스

이미경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겠는가. 시간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이 선대위원장은 “단순 지지도를 가지고 이제는 정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번 울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 때 시간의 급박성 때문에 단순지지도로 정했던 사례가 있었다. 이 내용을 가지고 임종인 후보측과 비공개로 협의를 가졌는데 어렵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호중 사무부총장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알려지고 문항이 알려지면 다른 후보의 역선택이 상당히 우려된다. 과거에 노무현 정몽준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가 있었던 2002년도에도 조사와 관련된 합의 사항이 사전 유출된 것이 있었고 폐기한 전례가 있다. 객관성이 보장돼야 조사가 가능한데 객관성이 보장되니 않으면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화식 선대본부장은 “24일 자정까지 단일화 합의 무산 선언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민주당이 철회하지 않는다면 합의문을 국민 앞에 공개 하는 등 진실을 공개하겠다”면서 “민주당과 김영환 후보의 패권적 태도가 문제인지, 아니면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국민의 판단과 심판을 받아보자”고 말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관심을 보였던 안산지역이 좌초하면서 이처럼 여야의 외나무다리 승부로 전개되고 있는 10.28 재보선 선거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수원 장안은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와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박빙의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또한 안산은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여파로 30~40대의 친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장에 나올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충북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추진'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민주당 정범구 후보를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가 바짝 뒤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남 양산도 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에 대한 민주당 송인배 후보의 추격전이 가파르다는 전언이 들린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현재로서는 자신할 수 있는 데가 없다"며 "이기면 좋겠지만 재보선 결과는 늘 조심스럽다"고 몸을 낮췄다. 장 사무총장은 그러나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5:0의 전패를 하면서 야당의 행패는 다 봤다"며 "무조건적인 반대와 발목잡기를 일삼는 야당에 대한 심판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초반 열세로 시작한 민주당이 중부 3곳에서 박빙으로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면서 "특히 수원은 20~30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정도로 초박빙"이라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 1년 7개월에 대한 중간평가와 심판의 성격을 띄고 있다"며 "국민들이 가진 권리를 꼭 행사해 달라"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재보선 최악의 스코어는 3:2"라고 했다. 그는 "어느 쪽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게 뻔한 결과가 나온다면 각 당이 현상유지를 공모해 정치권 전반의 변화가 요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면한 선거를 이기도록 하는 게 정당의 당연한 목표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더 큰 싸움을 위해 이번 선거는 지는 쪽이 이기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의 실질적인 승부처로 삼은 '중부권 3곳'은 각각의 선거구가 함축한 의미가 적지 않아 지역별 패배가 몰고 올 후폭풍 시나리오가 복잡하다.

안산에서 패할 경우 야권 단일화 무산의 책임론과 함께 사실상 이곳에 올인한 정세균 대표의 입지가 흔들린다. 수원에서 패하면 이 지역 공천을 거부하고 대리전을 치른 손학규 전 대표가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충북의 패배는 세종시 공격의 예봉이 무뎌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중부권 3곳의 전패, 혹은 한곳승에 그치거나 또는 전패한 다면 정세균 체제의 민주당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숨죽여 온 비주류 세력의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지방선거 전에 지도부 재편이 불가피해 보이며, 리더십 문제, 야권 연대의 문제 등에 대한 외부의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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