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이로 빠져 다니던 돛단배에 실어나르든 꿈
산마루에서 밤늦게까지 속삭여 주던 별들의 애기로
잠 못 이루던 숱한 기억
들과 산에 퍼진 석양길에서 만나던 봄날의 개구리 노래
가을날의 귀뚜라미 노래
모든 살아있는 것의 신기함으로 시냇물 휘저으며 피라미 쫒던 시간들

해바라기 활짝 핀 우물가에 알몸으로 물두레박 뒤집어써도 부끄럽지 않던 여름철
거짓없이 살자던 친구들과의 언약으로 하얗게 세운 출발 전 그 겨울밤의 눈송이 -----
작은 人生을 항해하면서
갖가지 서투른 가면연극과 죽어가는 언어를 뱉고 쓸어 담으면서
열리지 않는 귀로 바다의 애기를 듣는척 하면서
이 연약한 영혼의 고향을 얼마나 혹사시켰던고

오로지 몸뚱이 하나로 삶을 꾸려 가는 이 바쁘고 각박 하기만 한 고립의 현장에서
우리네 사고는 하나.둘. 순수한 영혼의 고향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닐까 ?
나이를 먹은 만큼 허접 쓰레기의 옷으로 변장해버린 순수함이 정상인것 처럼 치부하고
기민하고 민첩한 이기를 자랑하고 뽐내는 현실이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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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의 이름은 ?"
"신 영수 입니다 "
"생년월일은 "
"녜 1949년 3월 26일 생입니다"
"직업은 "
"녜 선원 입니다 "
"직책은 "
"선장 입니다 "
"피고는 199x 년  x월 xx일 남해바다 xx 지역을 항해를 했습니까 ?"
"녜"
"사고 당시 근무자는 누구 였습니까 "
"녜 당시 저는 1등 항해사와 근무교대를 하고 쉬고 있었습니다 '

계속 이어지는 판사의 물음에 답하며
죽어간 선원들의 모습이 떠올라 어떻게 대답을 다 했는지 기억이 없다
충돌직후 나역시 어떻게 살아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삶의 의지에 힘을 주고
가끔씩 영혼을 정화하는 안식처로
종내는 껍데기 뿐인 육신 만이라도 드러 눕힐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나는 꿈이 깨지는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우울하게 가끔 시간을 보낸다
이것도 작은 인생의 바다 위에서 -------
지금은 진실한 삶의 의지를 여기 블로그에서 글로 표출하며 -----
그리고 바다를 사랑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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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因緣)이라는 말에는 다분히 종교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예수의 탄생과 자기의 희생
그리고 석가 본래의 신분과 고행도
모두 이 인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같은 속세의 사람들이야
감히 종교적 차원의 심오한 인연에 대하여 말할 자격 조차도 없겠으나
사람의 길을 가다가 서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에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문제라 여겨진다

물론 이 말은 어떠한 형태든지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라는 뜻이 있는것 같지만
사실 요즘 지나치게 현실적 사고방식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이 대인관계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별로 의식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 같다
그 옛날 이런 해상생활을 하다가 보면 보편적인 생활의 리듬이 깨어져
잠을 제대로 못자는 때가 많았다

그런 외로운 밤이면 가까운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그네들과 지낸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이 더욱 진한 추억이 되어
아련한 그리움으로 와 닿게 된다
특히 선원이란 직업을 갖고 있는 우리는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인연에 대하여
각별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죽으면 제삿날이 같은 날이라는 말을 농담삼아서 선원들은 잘 한다
사실이 그렇다

이 지구상에서 수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서로 만나 한 배를 타고 한 솥의 밥을 먹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 결코 가벼운 인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선원들의 인연이란 결코 타산이 개입될수 없는 깨끗한 것이며
조물주가 예정하신 귀한 선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물을 아끼고 잘 가꿔 나간다면 그 결실은 아름답게 맺어지리라 생각된다
"꿈이였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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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모든 것을 품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의 가슴속엔 모든것이 숨쉬고 있다
천년전 옛 선조들의 보물들이 침몰해 바다 저 깊은 곳에서 잠자코 있을 것이고
온갖 크고 작은 물고기
이름도 알수 없는 바다식물이 꿈꾸고 있을 것이다

처음 바다에 가 본 사람은 바다의 포용력에 놀라고 만다
지구상의 물이란 물은 모두 이곳에 모였으니
그 거대함이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함이라 하겠다
땅위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먼 여행을 해 본 사람은 알것이다

바다도 이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음을 ----
그리고 바다도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누워있음을 ------
가만히 인생의 바다라고 불러본다
모래알들이 가늘게 빛나는 백사장에서 나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갈매기들이 가까운 바위섬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곳에 한 번 빠지면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사랑하는 친구들을 남기고 시작도 끝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지리라
그곳은 평화로우리라
수족관처럼 물방울이 피어오르고 물고기들이 천천히 유영하겠지
바다로 와서 바다로 돌아가는 우리들은 결국은 흐르는 연습을 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 내 발목을 적시고 있는 물은 어떤 사람의 발목을 휘감았던 물일까 ?
혹시 내가 10년전이나 그 전에 세수하고 버린 물이 정화되어 이 곳에 오진 않았을까
그것은 알수 없는 일이다
흐르고 흘러 영원히 정착하지 않은 물은 어쩌면 사람들의 방랑벽처럼
끊임없이 세계를 여행하며
거기서 오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거대한 바다 앞에서 나는 초라한 사람이 되어 서 있다
더 큰 바다로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줄  뿐이다 ---------

                        중앙뉴스 / 편집국장 /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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