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있어
바다의 창조는 여호와의 창조작업 제3일 째에 이루어진다
---- 태초에 어두움이 깊은 물위에 뒤덮여져 있었고
그 물위로 하나님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


하나님께서는 하늘 아래 있는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마른땅이 드러나라 하시매 그대로 되었다
마른땅을 육지라 부르셨고
물이 모인곳을 바다라 부르셨다 ------



내 친구 중에 K는 단지 선원이라는 이유로
전혀 자기 의사와는 반하여 실연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어느날 고민하는 k를 보다 못해 그 아가씨를 만나서 하소연 해 보기로 작정
어떤 다방에서 좌석을 같이 한 일이 있다
"실연을 안겨주는 것처름 잔인한건 없습니다
실연을 주는 것 보다 받는것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
K는 낼모래 출국하게 됩니다

그 동안만이라도 마음을 좀 달래 주실수 없겠습니까 ? 라는 나의 말에
그 아가씨는 총알처름 받아넘겼다
대강 이런 뜻이었다

"우린 5년을 사귀었어요
난 그를 통해 사내를 알았고
또 그를 통해 바다를 알았어요
그는 언제나 기우뚱거렸어요
땅의 높낮이도 모르는 것 같이 기우뚱 거렸어요
부가가치세가 시작된 1년 후에야 그는 부가가치세를 알았고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야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리라는 걸 알았대요
아는 그는 언제나 유아 같았어요
순진 하다는 것 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
전 선원들의 가족을 많이 보아왔어요

1년이 넘게 바다에만 있다가 어느땐가 흠뻑 바닷바람을 몰고와

과객처름 수런수런거리며
그의 아내에게 씨만 부어 놀고 다시 떠나더군요
전 여고때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부부상은 최전방에 근무하는 직업군인들의
그들은 부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토요일 오후에 만났다가 일요일 오후면 헤어져야 됩니다

그러나 자기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1주일에 단지 한 번씩만 가져 본다는 건
그 장난감을 좋아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질지 모르지만
그 나머지 나날들은 그 장남감을 갖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그대로 고통이자 조바심일 거예요
제가 본 선원들의 가족.흡사 평형을 잃어버린 저울추 같아요
때문에 그가정에는 어떤 질서가 없는 것 같아요
질서는 평화를 낳고 평화는 행복의 어머니
제가 소피스트 일까요 ?

성의 기능이 뱃사람들의 아내들에겐 단지 <종족의 보존>의 가치밖에 못해요
뜨랃에 놓여진 외톨이 흰고무신
그건 한 마디로 고독의 응어리죠
전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빵이 문제되지 않는 시대에 단지 빵만이 해결 때문에 그 나머지를 잃어야 한다면---
차라리 선원들은 중세기 때가 나았죠

자기 아내들에게 정조대를 채워 놓고 자긴 휘파람을 불며 십자군들 처름 떠날수 있었으니까요
전 오래전부터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랑을 뭉쳐 바벨탑에 쌓느다 해도 하나뿐인 나의 인생을 기다림 속에 던지긴 싫어요"
그녀의 이런 말에 난 도대체 설득할 수 있는 말이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마음 속으론 다음과 같이 대답해 주고 싶었다
"그래요 선원들은 불을 보고 날아드는 한마리 불나방 같을지도 모르죠
그들은 영원한 아웃사이드 입니다

대양이란 대륙과 대륙을 단절시킨 벽이 아니라대륙을 이어주는 가교라고 하지만 --
그러나 어쨋던 선원들은 대륙을 떠나서만이 그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밖에서 보는 안이란 실제보다 훨씬 화려하게 보여요
그 화려함은 그들에게 더욱 자기 혐오만 불러일으키죠

뱃사람의 고독과 자기 비하는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욱 깊어집니다
그게 누구 때문인 줄 아시나요?
모두 당신같은 사람들 때문이라구요
선원들이 아니면 누가 배를 움직이죠 ?
배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세계가 움직입니까 ?
"예'

지난날 어느날을 추억해본다
시실리섬을 지나고 말타섬을 비껴서
그리고 크레타섬을 뒤로 한채 수에즈운하의 "Portsaid" 항구에 도착한 본선은
긴 여행을 잠간 쉬면서 닻을 내린다

긴 항해로 부터 긴장이 확 풀린 그들은 큰 大자로 뻗어서 늘어지게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군데군데서 술잔 기우는 소리가 난다
곧 이어 술자리는 어김없이 우리네 전형적인 "니나노 집"으로 변한다
탄탄하게 단련된 근육질의 허벅지를 녹일듯한 애교 푸짐한 접대부가 없는
그들의 니나노집은 쌍고동이 울어대는 ----의 이별의 仁川港에 이어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맥주라면 ----"으로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항해당직이나 정박당직중에는 한바퀴 직접 둘러보는 습관이 나는 있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 순시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지 얼굴도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아이구 선장님 어서 오십시요 "
"와 ! 기다리고 기다리뎐 우리의 호프 선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여러분 "
"본선의 명가수를 모시겠습니다"
중첩되는 말들로 왁자지껄해진다

나도 조금은 무례하게
"화끈하게 계속 노래나 부르고 놀지 뭐가 잘났다고
돈벌러 나와 고생하면서 소란들 피우고 그래요 "
조금은 상기한듯 눈동자에 초점을 잃은 N씨가
그래도 기어코 소매를 잡아당긴다
"한잔 들고 한곡조 뽑으셔야죠 ?

일부러 자리를 만들래도 잘 안돼는데' 하는 그의 성화에 못이겨
"예 ! 좋습니다 한곡조 하기는 하겠는데 아까 뭐 바다가 유지라면 이랬나
바다가 맥주라면 이랬나 참 재미있는 노래던데 누가 했지요 ? "
"예 그런디요 왕창 같이 했당께라 "
갑판부 P가 그게 바로 자기의 18번 이라고 한다

농담삼아 그에게 "바다가 육지되면 큰일날텐데
우리나라만 해도 당장 수만 명이 실직 될거고 p씨 가족은 어떻할거요 ?
젊은 남녀간의 애절하고 못다한 사랑을 노래한 대중가요의 가사이길 천만다행입니다요 "
말이 끝나자마자 한바탕 웃음속에서 일제히 나를 쏘아보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디 갔다 왔노 .변소갔다 와있지. 엽저언 여-얼 다-앗냥--"

전통같고 공식같은 우리 민족의 한과 얼이 녹아 있는듯한 전형적인 전주곡과 함께
나도 그흥에 젖어 나훈아의 영영과 사랑을 메들리로 한곡 부르고 터지는 앵콜을 뒤로 하고 먼저 자리를 떳다
또 하나의 찬란한 태양 !

그리고 달과 별을 벗삼아 시대적 사명감을 짊어진 우리 4만 외항선원들 !
이역만리 물위의 波를 헤아리며 남국의 석양을 등진 그들은
오늘도 남북분단 만큼이나 뼈아프고 애절한 그들의 십팔번 노래
"바다가 육지로 되어서ㅡㄴ 안될
아니 결코 될수 없는 그런 노래를 목청이 터져라 부르고 있으리라 ----------



바다는 스티븐슨의 시처름
항상 배를 타고 꿈나라로 갈수 없는
현실과 생활의 바다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 바다도 참 맑았습니다

수십가지 색을 가진 바다 였습니다
요 며칠은 옅은 남색의 바다 였습니다

"인도의 노래"가 러시아의 작곡가 립스키 코르샤코프의 바다생활에서
얻은 작품임을 알았을때
바다의 이미지 !
내가 속했던 선원이라는 나의 긍지에 이기심이 작용하여
오늘도 마도로스의 이야기를 두서 없이 써 보았습니다 --------------

                   
                          중앙뉴스 / 신 영 수/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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