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또박또박 받고, 보험금은 서명 안 했다고 무효라며 안 줘”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사가 계약인수 때에는 자필서명에 대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성립시켜 보험료를 받아 챙기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금 지급조건과는 관계가 없는 계약성립시의 피보험자 자필서명여부를 필적 감정까지 대조해가며, 피보험자 자필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찾아내 이를 빌미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비도덕적인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로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을 인수하여 보험료를 받아 챙기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때서야 자필서명 여부를 따져 이를 문제 삼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됨. 보험사는 보험사고가 안나면 보험료 전부가 수입이고, 보험사고가 나면 이를 빌미로 지급을 거부하며 보험금을 떼먹기 때문에 “꿩 먹고 알 먹는” 손쉬운 장사를 하는 것이다.

보험계약에서 자필서명의 중요성은 많은 계약자들이 알고 있지만, 아직도 관행적으로 설계사에게 맡기거나 다른 가족(특히 배우자)이 임의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음. 그러나 막상 사망하게 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해 보험사와의 분쟁 피해는 유가족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됨. 그런데도 보험회사는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서명하지 않은 계약자 탓 만 할 뿐 계약 인수심사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에 대해 형식적인 심사만 하고 있다.

사망을 보장하는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서명이 없으면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소송제기 되었을 경우 계약자 패소가 됨.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보험회사는 계약 인수시는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승낙하여 보험료를 몇 년 동안 받아 운용하다가 막상 사망하게 되면 무효를 주장하며 악용함. 더욱이 중간에 사망이 아닌 다른 보장은 하면서 정작 큰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서명을 들먹이며 필적감정, 소송까지 제기하며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사 행태가 법을 떠나 도의적 양심이 의심스럽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업계가 ‘자필미서명’ 계약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보험사 사장단이 공개적으로 결의(96.12.6)한 바 있음에도 이를 뒤집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의를 완전히 져버리는 비도덕적 행위임. 더구나, 보험사가 자필 미서명 계약임을 알고도 계약을 성립시켜 놓고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계약무효라고 주장하고, 소비자가 무효라고 보험료를 돌려달라면 보장해준다고 둘러대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자가당착 모순임. 따라서 이제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는 “자필 미서명” 계약에 대해 향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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