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의 멋과 맛을 아시나요 ?

▲     © 신영수 기자


























싱가폴을 지나고 말라카 해협을 돌아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관광섬 피지를 그냥 지나치고
라우토카항으로 갔다

화물을 하역하고 다시 솔로몬 구도의 적하 작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로몬 노로항에서 카오나수구항 까지는 반나절의 항정이다
해안으로 펼쳐진 야자수 특유의 숲은 이국의 정취를 흡씬 느끼게 하였다
좁은 수로를 통하여 접근하는 수로 바로 옆으로는
푸른 산호초가 에메랄드빛으로 번쩍이며 스쳐 지나간다

나는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잠결에 기관의 운전음이 갑자기 멎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 선상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자기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긴장감을
신경 어느 부위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도
내 몸의 상태가 정상인 경우에는 거의 항해중 기관의 운전음이 정지하는 경우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법이다

 
내가 그때 침대에서 튕겨 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즉시 기관실로 전화를 거니 1등 기관사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뛰다시피 조타실로 올라가 선내 비상을 알리고
갑판장에게 투묘를 지시했다
선박은 언제라도 이런 기관고장을 대비해 언제라도 앵커를 투묘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기관실에서 엔진을 수리하는 동안
pitching 과 rolling 을 반목하면서 해풍과 해류의 흐름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약간의 너울도 있었다


▲     © 신영수 기자


























어느듯 대양에 어둠이 내리고 온사방을 둘러보아도
수평선 밖에 보이지 않는 칠흙같이 어두운 대양의 밤바다위에
본선은 갑판위의 수은등을 포함한 모든 등에 불을 밝혀 놓은 채로
마치 한조각 일엽편주 마냥 넘실대는 파도에 떠 있을 뿐이다
엔진수리에 전념하고 있는 기관선원들을 격려하고 나오니
타부서의 비당직자들은 갑판위에 나와 오징어 낚시를 하고 있다


나는 선교에서 내려와 갑판위로 나가 구경을 하게 되었다
여러명의 선원들이 본선 좌.우현에서 오징어를 잡느라 열중하고 있었다
벌써 여러 마리가 잡혀져 있었다
지금도 서툴지만 이 때만해도 나는 낚시에 문외한 이었다
낚시 경험 이라고는 없었으니 -----

하지만 그 땐 웬지 호기심이 생겨 오징어 낚시가 하고 싶었다
오징어는 밝은 불빛아래 불을 보고 모여든다는 사실을 이때 비로소 알게 되었으며
오징어 잡는 낚시 바늘은 수류탄 축소형 모양의 타원형 추에 뾰쭉하고
아주 날카로운 바늘이 많이 꽂혀있는 특이한 것임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오징어는 낚시바늘에 미끼가 없어도 낚시 바늘을 문다는 사실도 알았다

▲     © 신영수 기자



























그럴 즈음
내가 드리운 낚시줄에 어떤 물체가 낚시줄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줄을 잡고 있는 손목에 전해져 왔다
옆에서 낚시줄을 드리우고 서 있는 타수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오징어가 낚시 바늘을 탁탁하고 건드릴때 낚시줄을 한번 채어 보라고 한다
가르쳐 준대로 느낌이 전해져 올 때 낚시줄을 순간적으로 채어보았다
그랬더니 무언가 묵직한 것이 바늘에 걸렸구나 하는 확실한 감각이 손목으로 전해져 왔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줄을 잡아 당겼다
양손으로 줄을 잡아 당겼는데
처음에는 smooth 하게 잘 올라왔었다
그러든중 갑자기 낚시줄에 tension 이 느껴지며 낚시줄이 멈추어 버렸다
아무리 세게 당겨도 꼼짝하질 않았다
다시 옆자리의 낚시 고수에게 물었다

고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때는 잠시 줄을 늦추었다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어느 순간 갑자기 세게 당겨보십시오 " 라고 한다
고수가 가르쳐 준대로 낚시줄을 늦추었다가 약간의 시간이 경과한후에
일순간 낚시줄을 세게 당겼다
그랬더니 낚시바늘에 걸려있던 어떤 물체가 어딘가 붙어있다가 한쪽이 떨어지는것을 느꼈다

또다시 낚시줄을 세게 잡아 당겼다
그랬더니 다른 한쪽도 붙어 있던 곳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옴을 느낄수가 있었다


▲     © 신영수 기자


























나중에 알고보니 그 물체는 오징어였고
어딘가 창싹 달라붙은 곳은 본선의 해면 아래에 있는 선체였었다
오징어의 여러 발에 보면 둥그란것들이 많이 달려 있는데
양쪽의 긴발로 선체에 찰싹 달라 붙어 있으면
빨판의 흡인력에 의해 그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한동안 잘 올라오던 물체가 해면과 약 5 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또다시 아까처름 본선 선체에 찰싹 달라 붙었다
요령은 전과 동일하게 하여 끌어 올렸다

해면위에 올라오는 물체를 본 순간 아주 커다란 오징어 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랬더니 말로만 들어봤던 시커먼 먹물을 확 쏟아 내곤 펄떡거렸다
그 후에 또 한마리를 잡아 난 그 날 두 마리의 오징어를 잡았다
크기가 우리나라의 큰 오징어의 배가 되어 보였다

그리곤 약 30분후 조리사가 삶아온
내가 처음 잡았던 오징어를 bridge 에서 항해사들과 함께 맛있는 초장에 찍어 먹었는데
고기가 야들야들 하고 쫀득쫀득한 게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때의 오징어 보다 더 맜있는 오징어를 먹어 보질 못했다
약 반나절의 수리 끝에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 하여
또 다시 긴 항해에 나섰다

잠간동안의 낚시 시간 꿈 같은 추억이었다
그리고 외롭고 고독한 항해에
나의 마음을 달래면서 ~~~~~~



                            중앙뉴스/ 신영수기자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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