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연습일랑 그만 합시다 "
다시 계절이 바뀐다해도 이제 나는 떠나지 않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 작은 집을 지을 것입니다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
우리들의 정원에는 휘황한 등불을 밝혀놓고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을 바람이 불어대는 밤이면 떠 올리며 기도를 할 것입니다
이 밤도 육지의 꿈을 꾸고 있을 많은 선원들에게
신의 은총이 고루 내리시길 ----------------



거울 같은 바다 !
지브롤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을 간질이고
하늘엔 보름달이 두둥실
갑판위에 돗자리나 하나 깔고
친구들 불러모아 술이라도 한잔씩 나누고 싶은 밤이다
프로펠라의 회전음이 오래전 추억을 불러일으키면
나는 갑판에 기대어 서서 고향생각이라도 하며 노래라도 부르고 싶구나
그렇다 !

휴가때 집에서 쉬고 있노라면 불현듯 다시 바다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건
저놈의 바람소리와 달빛 때문인지 모른다
바다는 분명 매력이 없을 망정
적어도 알수 없는 마력이 있는 곳일거야
그것 때문에 많은 선원들이 바다를 떠났다가도
어미 품을 찾는 병아리처름 다시 바다로 돌아오는 것일 것이다
바다가 거칠어져 온통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귀국선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나훈아의 노래 "청춘을 돌려다오" 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선장인 신 영수의 십팔번이다
내일 입항후 바로 귀국을 하는 기쁨속에 부르는 노래다
지금 본선은 스페인 웰바 항구의 입구인 강어귀에서 앵커를 놓고
항만통제소의 입항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미 갑판에 자리를 깔고 전 선원들 모여 계약만료를 자축하고 있었다
2년전 우리들은 미지의 세계인 이곳에 배를 타기 위해 왔던 것이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귀국을 하게된 것이다
선원들의 근로계약 만기귀국은 무척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한껏 폼을 모처름 잡아보며 신선하게 울려 퍼지는 선상에서의 노래파티
푸짐하게 .긴장감도 없이 여유를 부리며 떠들어 본적이 우리들에게 있었던가

다음에는 기관장의 부를 차례다
"에 또 간만에 기쁨의 자축노래를 부를려니
먼저 선장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
"우리 모두 함께 귀국하게 되어 저 역시 기쁨니다 '
기관장 은 제주도 사람이다
평소 나에게 '이번에 돈 벌어가면 귀국하게 된다면 ---- 하면서 "
"적금을 타면 제주도에 귤농장을 한번 경영 해 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자주 이야기 하던 분이다
언제나 말없이 묵묵히 나를 도와 배의 운항에 최선을 다하신 분이다

이성애의 노래 "항구" 를 부른다
항구는 정열이냐 기분 찾는 항구드냐
낯설은 마도로스 웃음속에 해가 진다
잘가오 다시오마 오색테프 떨어지면
이술집 저 술잔 그 노래가 흥겨워라
갈매기도 너울너울 춤을 추는 항구야 -----



웰바에 입항한후 후임자에게 선박인수인계가 끝나고
마드리드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2년동안의 이곳 웰바에서의 일들이 주마등 처름 지나간다
강물처름 흘러간 지난날
온갖 그리움은
바람에 실린 미움과 슬픔
그 은빛 그늘 적요속에 만선의 꿈을 키운다 ---
한 편의 시상이 떠 오른다
사라져 버린 달빛 하얀 햇빛을 기다린다
공간속의 시간
빛으로 인한 수 많은 형상이 그려지고
부딪힘은 기약이 없구나
현실은 깨우치는 지라 존재의 의미가 눈두덩이 위로 겹친다
감격적인 사실은 모든 빛살 가운데
아닌 진실로 수 놓아 지는구나
그것은 그리움의 연속이었던 꿈길 같은 그 한 복판에 귀국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왁자지끌하던 차내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어제의 귀국파티로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내옆의 갑판장을 쳐다 본다
이름도 뚜렷이 남아 있다  "김  영식 이다 "
나이가 나와 같아 동갑이다
"갑판장 정말 수고 많았네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네"
"내 자네한테 매정스럽게 대했던점 이제사 사과하네 자넨 훌륭한 뱃꾼이야 '
"과분한 말씀이네요 사과는 제가 드려야지요
선장님께 대 들었던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시오 "
"그라고 참 이번에 선장님께 아주 훌륭한 것들을 배웠습니다 고통스러웠지요 '
"덕분에 돈도 벌고 무사히 귀국합니다 하하하하 -----'
"진짜 고맙습니다 제 마음 아시겠죠 '
"그래 서로가 고마운거죠 갑장 ' 아니 영식아 !
'이제는 직위를 떠나 친구사이가 아닌가 선장이라니 듣기가 거북하네 "
"한번 뱃놈은 영원한 뱃놈인기라요 선장은 또 영원한 선장인기라요 '
"정말 기적이었소 하나님이 우릴 도우신겁니다 "
"그러니 갑장도 예수님을 믿으세요 "
'녜 그럴려고 합니다 "
우리는 무언의 악수를 힘차게 나누었다
"귀국하거든 자주 연락하고 우리 집에도 놀러오세요 갑장 "

자 ! 한숨도 못 잤을텐데 잠좀 자두시오 파리에서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
이때 조리장이 곁으로 닥아온다
"선장님 출출하시죠 여기 샌드위치를 준비해 두었거든요 "
"예 이런 와중에도 먹을것을 준비했다구요 하하 못말리겠습니다 "
나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조리장은 언제나 꼼꼼하게 선원들의 먹을거리를 챙기주었다
그 덕분에 선원들 모두 감사히 생각 하고 있는 터 였다
"박형 ! 고맙습니다 나는 괜찮으니 선원들이나 주시구려 '

부산 충무동에서 원래 횟집을 운영했는데 예쁜 마누라를 만나 재혼하고
장사보다는 배를 타면 돈을 더 번다고 왔던것이다
이 양반 예쁜 마누라 줄거라고 시간만 나면 쇼핑을 나가
향수며 랑꼬매 화장품을 잔뜩 사들고 귀국하는 양반이다
늦게 새장가 가더니만 자기 마누라 자랑만 대화의 전부였었다
"충무동에 횟집을 차릴것이니 선장님 자주 놀러오이소 알았지예 "
"녜 박형 형수님이 얼마나 예쁜지 보러 꼭 갈겁니다
나중에 안간다고 밀어내기 없기 입니다 ㅎㅎㅎ "

이렇게 하여 우리는 파리에 도착하여 공항으로 향했다
파리 !
나에게도 추억이 깃든 곳이다
미스오와 만나 이곳의 추억을 만든 장소였다
서둘러 공항에 도착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에어 프랑스에 몸을 실었다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웬여자가 옆에 누운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자꾸만 파고 든다
침대 모서리까지 밀려나온 나는 할수 없이 몸을 일으킬려고 돌아서는데
시커먼 두손이 나의 어깨를 움켜지고 자기 앞으로 당긴다
얼마나 힘이 세든지 ----
그 힘에 끌려 다시 눕자 그 위로 육중한 힘이 짓이겨 쳐 들어온다
으아악 소리쳐 보지만 이내 말을 할수가 없도록
 내 입이 무언가에게 막혀 버린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뚜렷한 음성이 들려온다
사랑해 여보 !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 !
그리고 얼마나 기다렸다구 !
야 임마 ! 꼭 그걸 말로 해야돼 잘 알고있다구 --
그러니 이 목감은 손 부터 좀 풀어주라 숨은 쉬어야 대답을 하지 ----
찰라 손을 느슨하게 푸는 액션이 감지되었다

기회는 이때다 주전의 자리를 내가 차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또 혹사당할테니 ----
재빨리 허리에 힘을 주고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이걸 미리 눈치를 채고 있었든지 오히려 내가 꼼짝달싹 할수가 없었다
내 없는 동안 많이 먹고 힘만 길렀니 ?
이걸 어쩌나 -----
입만 점령 당한게 아니라 온전신을 점령 당했으니 ---
찬스를 보아야지 !
"여보 나도 무진장 당신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 '
"내가슴을 만져봐 "
"정말이지' "아니면 가만 안둔다 '
미스오의 한손이 슬그머니 나의 가슴을 만진다
참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손이다
두손을 꼭 잡고 다시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감촉이 이상했다
기내의 흔들림에 눈을 번쩍 떳다
아차 ! 이런 실수를 ---- 어쩌면 좋아 -----
옆자리엔 유학온 딸을 만나고 돌아가든 미모의 부인이 있었고
내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띄고 있었지 않은가
얼마나 무안 했든지

그런데 그부인도 싫지가 안했든지 아니면 재미가 있었든지
빙그레 웃고 만 있지 않은가

"부인 죄송합니다 이런 결례를 지었습니다 '
"아니 아저씨가 워낙 멋진 꿈을 꾸고 계시길래 방해 할수가 없었답니다 "
"정말입니까 그러면 용서 하시는 거죠 "
"녜 사실은 저의 집사람과 이년만의 해후를 꿈꾸고 있었거든요 "
"잠꼬대를 들으니 오늘 밤 죽었다 소리를 하시던데 그건 무슨 말입니까 "
"부인한테 죽을 죄라도 지었습니까 "
"아니 능청스럽게 짓궂은 질문을 다 하시고 "
" 아 그게 그런게 아니라 -------좋게 해석해 주십시요 '
"덩치 큰 마누라가 상위를 점령해서 견디다 못해 사정 했던 소리였는데 '
붉으진 얼굴을 감추느라 어떻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무척 아내를 사랑 하시는 분인가 봅니다 '
"흉이 아니니 만나시거든 꼭 안아주세요 그래야 부부간에 사랑이 깃든답니다 "
'쥐구멍 찿듯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했다
" "녜"

이때 기내에서 면세품 판매를 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이럴때 마누라 화장품이나 하나 사다 줄까
그러나 어제 파리공항에서 미스오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무슨 물건이라도 하나 싸오면 죽을줄 알아
우리는 물건이나 선물이 아니라 현찰이 필요하단 말이야 알았지
굳게 다짐을 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샤넬 향수 한병이라도 선물해야지
나중에 마누라 에게 맞아 죽는 한이 있드라도 하나만 사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이항사였든 조군이 내 옆으로 닥아 왔다
어제 함께 전화를 걸고 했던 친구다
'선장님 그동안 선장님 덕분에 돈도 벌고
몸도 건강하고 더 성숙해 지도록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리고 이건 미리 형수님께 아부하는 차원에서 하나 골랐는데
선장님께서 대신 전달 해주십시요 "
"야 임마 아부도 여러가지구나 "
사양하는 나에게 포장된 향수를 던져 놓고는 그냥 자기 자리로 가버린다

허 그것 참 ! 모두가 인정이 많은 탓이야 그래 고맙다
덕분에 나는 내가 구입할것을 포기했다
현찰을 좋아하는 나의 부인을 위해서 ------



오색찬연한 무지개가 피어 올랐다
마도로스의 귀국을 축하 해 주는것만 같았다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
문득 아련한 추억에 젖어 보았다
마도로스의 추억 ---

무한하지만 그래도 가족과의 사랑이 깃든 추억 만큼은 모자랄테지 ---
추억은 소중한것이다
잊지못할 추억여행이였다 -----

                       중앙뉴스 /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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