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치수 실태와 문제점

요즘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4대강 살리기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전 국민의 주요 관심사임이 틀림없다. 나 역시도 하천과 수자원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본 사업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고 추진될 것이라 기대한다.

4대강 살리기의 주요내용은 하천 정비이다. 하천을 정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하천이 하천으로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병들어 있는 하천을 치료하여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홍수피해 방지는 국가의 기본적 책무


그렇다면 하천은 어떠한 기능을 갖고 있을까? 이 부분에 대답은 아마도 시대마다 강조되는 기능이 약간씩 다를 것이다. 하지만 태고부터 하천주변에 살면서 경제활동을 영위해왔던 인간의 행동으로 인하여 당연히 홍수로부터 안전함을 보장할 수 있는 치수와, 필요한 만큼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이수 기능이 하천의 주요기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인간을 위주로 생각해 왔던 하천의 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천의 환경 기능은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부각되었다. 인간중심의 정비 사업으로 훼손된 하천환경을 복원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을 만들기 위한 복원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하천주변에 대도시가 밀집되어 있는 현대의 상황으로 볼 때 하천의 모든 기능은 치수기능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부분 동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하천 정비 사업은 근래에만 시행되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조선시대 이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지금도 한반도의 크고 작은 국가하천과 지방 소하천을 대상으로 하천의 치수, 이수, 환경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하천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은 ‘피해자 제로 정책’(Zero Victim Policy)을 선언하여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를 0으로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임무는 예나 지금이나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도 반드시 해야 할 책무인 것이다.


금강유역 저지대 밀집…홍수 피해 해마다 반복


금강유역의 경우 최근 10년간의 홍수로 인해 사망자가 21명, 이재민이 2만여명, 홍수피해액이 1조원에 이르고 있다. 피해 복구액으로 쓰인 돈만해도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매년 100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단위면적당 피해액으로 비교할 경우 피해액은 1㎢당 약 900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약 1.09배 정도 많다.


이는 금강유역이 전반적으로 하천변에 평탄한 농경지가 많아 침수피해밀도가 전국 평균보다 2배정도 높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특히, 대청댐 하류의 부여 및 논산 지역은 저지대가 밀집돼 있어 매년 침수피해를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충청남도는 치수, 이수 및 환경이 포함된 금강수계 정비사업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계획된 총 사업비만도 3조 7천억원 규모이다. 하지만 계획수립 후부터 2008년 말까지의 투자실적은 7천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계획대비 20% 정도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금강의 중장기 정비사업계획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약 30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결국은 문제는 치수 투자 규모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GNP 대비 치수투자비가 0.45%에 이른다. 반면 우리는 0.07%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1927년 미시시피강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하천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1928년 미시시피강과 지류에 대한 홍수대책법령(Flood Control Act)이 발효되어 이른바 MR&T(Mississippi River and Tributaries)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단일하천 대상 치수 사업으로는 손에 꼽힐 만한 대공사이다.


미 미시시피강 정비, 130억달러 투자 후 3천억달러 이윤


미국 정부는 제방축조, 댐건설, 하도정비 등을 위해 현재까지 130억 달러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를 통한 거둔 홍수피해 방지 이윤은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치수투자로 얻은 경제적 이윤이 투자비의 24배 에 달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 건설된 제방은 지금껏 한 차례도 유실되지 않고 있다.


금강을 비롯해 지금 우리 나라 하천 중에는 심한 병을 앓고 있는 곳이 매우 많다. 이상기후와 유역 난개발로 하천이 부담해야 하는 홍수량이 커져 치수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곳이 많이 있을 뿐 아니라, 반대로 하천을 유지하기 위한 절대 수량이 부족한 구간도 많다. 수량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하천의 옛 모습을 잃어가며 수질 및 생태적으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하천도 많다.


그동안 인간을 위해 하천이 몸살을 앓아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병들어 있는 하천을 치료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토록 해야할 때이다. 치수적으로 안전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가뭄시에도 풍부한 물이 흐르는 하천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한 사업인 것이다.


금강 등 치수 상황 빨간불…처방 필요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필요성만 강조돼 졸속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요한 절차와 단계가 있다면 빠지지 않고 밟아야 한다. 더욱이 하천이란,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의 정서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금강 정비 사업은 충청의 정서와 문화를 고려하여 금강의 과거와 현재 상황에 맞추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천이 어디가 아픈지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즉, 예산에 맞추어서 사업규모가 결정되는 하향식(top down) 방식이 아니라 금강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반드시 필요한 사업의 규모를 결정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할당하는 상향식(bottom up) 방식의 사업추진이 고려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하천을 살리고자 추진되는 사업이 오히려 하천을 더욱 병들게 하는 사업으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국토 이곳 저곳을 가로질러 흐르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을 기대한다.





- 출처 : 대한민국 정책포털(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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