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KB금융과 국민은행을 종합검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법규 위반 혐의에 대해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종합검사를 앞두고 대규모 인사를 하고 금감원 사전검사 자료를 외부에 유출해 금감원과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이번 검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법이 부여한 범위에서 사안에 따라 계좌추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검사직원들이 판단해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금감원은 금융회사 직원의 고객 예금 횡령과 같은 금융사고, 금융실명거래 위반, 구속성 예금(일명 `꺾기'), 대차대조표에 올리지 않는 금융거래, 내부자 거래 등의 조사에 필요한 경우 계좌추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국민은행 일부 지점에서 발생한 직원 횡령과 불법 대출이 계좌추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이 금융사고 규모를 축소했다는 제보가 있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려면 계좌추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한 사전검사에서 관련 자료를 이미 제출받았다. 자금의 용도외 유용, 의심되는 금융거래 등에서 대해서는 통상 금감원의 검사 때 계좌추적이 이뤄진다.

금감원은 KB금융의 일부 사외이사가 국민은행과 전산 용역 등에 대해 부적절한 거래를 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계좌추적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검사 때는 국민은행의 임원 사택 지원과 관련한 내역을 조사하고 해당 임원의 계좌를 조회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인수 과정, 영화투자에 따른 손실, 커버드본드 관련 손실 등도 조사하고 있지만 계좌추적 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혐의에 대해 계좌추적권을 행사할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사안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최근 임원과 간부 인사를 대폭으로 하고 사전검사 자료를 유출한 것은 효율적이고 원활한 검사 진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사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해 내달 5일 끝낼 예정이지만 제보가 많고 경영실태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검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 회장 내정자직 사퇴와 금감원의 사전검사가 맞물리면서 불거진 관치금융 논란은 검사 결과에 따라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에 따른 제재 수위는 5~6월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금감원이 강 행장에 대한 압박용 검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금감원이 주요 법규 위반 혐의로 중징계를 하면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강 행장으로서도 경영 능력과 평판이 훼손되기 때문에 10월까지 예정된 행장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