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로스의 그리움의 5계절

호텔 코모도에서 내려다 보이는 조망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하늘 아래로 어둠속에 부둣가의 가로등 불빛이
유난이도 선명하게 밝게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부산항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 한가운데를 따라 입출항의 배들이 천천이 움직이고 있다
그대로가 한 폭의 정물화다

▲ 70년대 부산항 야경     © 신영수 기자


























내가 그 광경을 물끄럼이 정신없이 보고있노라니
등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난다
"여보 ! 어때요 그렇게도 바다가 좋아요 ?

아내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비우면서 말을 붙혀 왔을때
나는 창밖의 시선을 거두었다
저녁을 먹고 난후라서 인지 아내에게서의 무언의 의사를 느끼게 되었다
내일이면 또 머나먼 이국 바다로 나가게 된다
오늘 내가 왜 이리로 오자고 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

"당신 ! 저 별빛을 보세요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나 있는 것 같지 않아요 ?"
"너무 멋지잖아요 "
"그래 울고 싶겠지 내가 왜 너의 마음을 모르겠니 "

그래서 이리로 오자고 했던거야
그런대도 아내는 시침을 떼고 다른말로 얼머버린다
"여보 이런 부산항 풍광은 처음이에요 "
내일이면 아니 이 밤이 지나면 또다시 생 이별이다
남편을 멀리 바다로 보내는 아내는 결코 눈물을 내 앞에서 보이지 않는다 


▲     © 신영수 기자























나는 어렸을 적 올려다 본 밤 하늘을 생각 해 내었다
반짝이는 사금파리를 온통 흩뿌려 놓은 듯 하던 그 밤하늘을 ----
그때 어릴적 밤하늘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했었다
그것은 아무도 가보지 못하 새로운 세계로의 자신을 이끄는 마술적인 출구였는지 모른다
부모님의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바다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마도 바로 이런 새로운 세상의 동경이었으리라

현실적으로 이룬 나의 작은 꿈을 실현시키고자 바다로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너무 관용을 베풀고 있다
지금의 나를 있게한 어릴때 부터 바라보았던 그 별빛을 사이에 두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     © 신영수 기자























무슨 말로 달래야할지 ?
"영수씨 ! 그만 정신 차리세요 "
"당신이 이곳에 있는 동안은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거에요 "
아내는 그 큰눈을 나의 코앞까지 들이밀어 속삭이면서
턱을 가볍게 어루만진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윗몸을 의자의 등받이에 묻으며 다리를 포갠다

아슬아슬한 슈미즈 차림으로 팬티가 보일 지경으로 허벅지까지 곧게 뻗은
두 다리로 말할수 없는 놰쇄적인 포즈를 취한다
아내의 그런 옷차림은 다분히 의도적인 구석이 있었다
여자란 꾸미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보일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같았다
나는 아내를 일으켜 세우고 두 팔을 벌려 정겹게 안았다

방안의 분위기는 이미 조성 되어 있었다
"여보 오랫만에 한 곡 추어보자구 "
아내는 살포시 눈을 감고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그런 아내의 빰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러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는 입술을 내밀며 심하게 부딪혀 왔다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내의 혀에 감전된 나는 그녀의 행위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아내의 거친 숨결을 얼굴로 받으며 나는 침실로 이끌었다
젖가슴을 쥐고 있는 나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차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손아귀에 힘을 주며 차츰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기로 했다
도발적인 아내의 몸동작 이 요구하는대로 따라갔다
내가 선택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 신영수 기자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잠을 깼다
실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부산앞바다의 물결이 반짝이고 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옆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 머리맡에 놓아둔 담배를 찾아 물었다
푸르스럼한 담배연기를 뿜어 내고서야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잠자리 날개 같은 고급 레이스로 무장한 아내의 나이트가운이 또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전화기를 찾아 회사로 전화를 했다
예정된 출항시간에 맞춰 배로 귀선 하겠노라고
그동안 출항 수속을 부탁하고 선원들의 귀선을 체크도 해 보라고 했다

아내는 밤새 잠을 한숨도 못잤는것 같았다
떠나보내야 하는 아내의 심정을 모를리 없건만 달래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다시 한번더 그녀를 안았다
울먹이는 아내의 입술을 점령했다

아내는 질식할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치열의 성벽을 열었고 혀를 나에게 맡길수 밖에 없어다
혀뿌리에 아득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내의 혀끝은 달았다
앞으로 겪어야 할 갈증을 조금이라도 잊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사랑의 묘약을 남겨주고 떠나야 하는 것이다
아내는 모든것을 잊고 순식간에 절정을 치닫고 있는듯 했다
표현하기 힘든 자극을 아내의 온몸에 가하는 내 자신이 가혹하기만 한 것일까

▲     © 신영수 기자






















출항하다
몽롱한 의식의 끄트머리를 적시며 차오르는
미명의 숨결.바람은
숨죽여 누웠던 바다속을 빠져나와
펄럭이는 돛폭마다
눈부신 젊음을 풀어놓고
땅이 끝나는 곳에서 만난 해류는
내 몽클한 전율이 되어
혈관마다
싱싱한 충동으로 치닫고 있다

오래 묶여있던 시간의 매듭을 풀고
캄캄했던 한 시절을 향하여
결별의 손을 흔들 무렵
빛이 내린다
천천히
만남도 이별도 없는 바다는
365일 외로움을 마시며 산다
출항의 시리도록 아픔을 간직하고 ---------------------


                          중앙뉴스 신영수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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