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러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발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으야 한다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 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바다는 꿈꾸듯 고요한데
달은 한껏 솟아 밤을 밝히고 있다
구름 없는 하늘이건만
별들은 저 멀리서 수줍은 듯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어쩌다 마주치는 항해중인 선박의 불빛이 한가로운 아름다운 밤
시리도록 창백한 빛의 향연
대기는 푸르스름한 기운에 휩싸여 사뭇 고즈넉이다
달이 주인공인 지브롤타 해협이다
하루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와
어두운 하늘에 달이 떠 오르면
얼마나 많은 생각의 편린들이 옛 사람들의 가슴을 스쳐갔던 것일까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은채
그 포근한 정취에 취하여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자신을 느꼈을지도 모를일이다
더군다나 예전의 달은 그저 꿈과 이미지와
낭만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실용적인 가치를 지닌 존재로써
사람들의 생활에 단단히 밀착되어 있는 까닭에
옛사람들의 달을 향한 정서는
곧 삶의 정서와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 얽힌 갖가지 사연들은 오죽이나 많았을 것인가 -------------------



그 녀의 머리맡에는 여름 풀꽃들이 무성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탐욕스런 그녀의 몸뚱이는
방안의 불빛에 반짝이고 있는데

미스 x !
눈망울 속에서는 뜨거운 불춤을 추고 있고
눈 바같으로 튀어나온 불꽃은 나의 등떼기에 온통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 얼마나 먹이를 찾고 방황했더냐 ?
이제 차분히 냉정을 찿고 내일을 생각해 보자꾸나 ----------
말할 틈도 주지 않으려 한다
바짝 달라 붙어 악을 바락바락 쓰며
나의 윗도리를 사정없이 걷어내고 만다

이럴틈을 타서
나는 풍만한 처녀의 궁둥이를 만지작 거리며
두 눈을 감고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그 감미로운 감촉을 즐기며 행복의 폭풍에 휩쌓여 있었다
한데 어우러져 한동안 뒤치닥 거리는 동안
우리는 우열을 가릴수 없는 자세가 되고 만다
"무슨 여자가 힘이 이리 센가 ?"
" 좀 양보 해라 "
"그래도 내가 명색이 사나이 아닌가 "
" 미스 x ! "
그러나 그녀는 순간의 찰라를 이용 또 다시 나를 깔아 뭉게고
상위를 차지하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래 오늘 밤 또 너한테 죽어보자 "
"니 참 잘 났다 "
"그래 그---래 "

올라탄 그녀가 스스로 껍질을 벗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그리고는 입김을 불어대며 나의 입술로 쳐 들어왔다
대항을 포기하고 순종하는 자세를 취하자
그녀는 스스로 정연한 율동으로 나를 압도해 나갔다
어느때는 목덜미를 물어 뜯고 -----
그러다 제풀에 푹 꺽이며 상위를 양보하고 만다
"그러면 그렇지 "
"이제 너 나한테 한번 당해봐라 "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간헐적인 미스 x의 몸부림을 외면한채 나는 나의 일에 오직 열중하기 시작 했다
행복의 나라로 ~~~~~~~

땀구멍으로 숱한 폭풍의 잔재가 흩날리기 시작할 무렵 ---
허공에다 바둥거리던 두다리가 맥없이 쓰러진다

그칠줄 모르는 마도로스의 정열을 푸대접한 댓가이니라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려 오는 것만 같다

희뿌연히 밝아오는 창문가의 밝음을 느끼는 시간
우리는 하염없는 수면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



바다에 배가 지나가면
파문이 일어납니다
우리내 인생에도 숱한 파문이 있습니다

나의 연인이자 아내였던
미스x의 순결한 사랑을 묘사함에 있어
지금은 가고 없지만 -----------
행복이라는 파문을 남겨주었기에
지금도 가끔 이렇게 회상해 봅니다

앞으로 또 다른 추억여행을 위해 행복의 파문을 접는다 ----------------------


                      중앙뉴스/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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