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련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대적 요청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과 정치적 음모라는 야당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여당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미디어 융합’ 시대에 맞게 시급히 체제정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미디어 융합 시대에 대응하는 것은 좋지만 대기업과 일부 신문들이 참여하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이다.

여기서 일부 신문이 미디어 융합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토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일부 신문이 방송에 진출한다고 해서 ‘황금알을 낳는 오리사냥’에 나서는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은 신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자본과 복잡한 매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신문과 달리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이나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할 경우 이들은 세기적 경제 공황의 위험 속에서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의 투자가 성사된다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규제가 철폐되면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고,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 대목은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투자를 해 달라고 빌어야 할 마당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막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1930년대의 공황을 능가하는 세기적 공황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미국이 8천여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뿌려도 주식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일본도 세계적 기업들인 소니, 도시바. 도요다 등 주요 기업들이 속속 감원을 결행하고 있고 GDP가 작년대비 -12%를 기록하면서 열도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본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는 아소 다로 수상의 발언조차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빛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수출 주도형의 우리경제는 우리 상품을 사줄 나라들이 심각한 불황 속에 헤메고 있는 가운데 유례없는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실업자 수가 3백만 이라고도 하고 3백 50만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지금 우리에게 절대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축되고 있는 우리의 경제를 방어하고 앞으로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를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미디어 융합 시대에 우리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5천년 역사에 한번 올까 말까한 미디어 융합의 파도를 그냥 지나쳐 버리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파이를 키우는데 전력을 기울일 때이지 사소한 시비를 핑계로 방해할 때가 아니다. 일부신문과 대기업이 왜 독식하려하느냐 하는 비판은 일단 파이를 키워놓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포털(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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