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바다 persian gulf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페르시아만은
인류문명의 4대 발생지중 하나로서 화려한 이슬람의 유적과 찬란했던 문명을 자랑하던
그 옛날의 신비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금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곳이다
이란 - 이라크 전쟁 당사국들은 국제적 석유 수송로인 페르시아만의 패권 장악 여부가
전쟁 승리의 관건으로 작용한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 양국은 근래들어 도시전으로 전쟁이 더욱 확산 페르시아만의 해상 수송로를 위협하고 있다
국적선들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선원들이 승선한 많은 외국적 선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중동으로 향한다
메스컴의 보도에 의하면 그 중 적지 않은 배들이 피격 당한다
tanker war 라고도 불리우는 이 전쟁은
요즈음은 유조선 뿐만이 아니라
선종 구별없이 무차별 공격을 하여 임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한해가 저무는 크리스마스였다



1987년 12월 25일 12시 30분경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통과하여
석양을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잡으려는 듯 본선은 ------
서쪽을 향하여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이곳이 지금 이란 -이라크가 8년 동안이나 끝없이 계속하는 전쟁 지역이라는 위험은
조금도 느낄수 없을 정도의 고요하고
평온한 바다였다

오랫 항해끝에 입항한다는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당직 교대를 위해 브릿지로 올라갔다
간단한 인계사항을 전해 들은 후 xx시 위치를 확인해 보니 목적항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 입항 3시간 전이였다
이제 곧 vhf로 두바이항을 호출하여 정확한 eta ( 입항예정시간)통보 후 도선사 승선여부를 알아보고
입항에 필요한 준비를 햐야했다
입항시간이 거의 다 되었지만 방심은 금물
열심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16시 05분 경 우현 선미 쿼터쪽에서 수평선 너머로 부터 쏜살같이 달려 오는 두척의 쾌속정을 발견했다



여느 항구에서 처름 스피드의 스릴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망원경으로 계속 주시했다
본선과의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며 자세히 보니
기관총과 로켓포로 무장한 3~4명의 군인들이 탄 이란 측으로 보이는 고속 초계정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힌지 4시간이 지나
페르시아만 진입에 대한 어제부터의 공포와 긴장감이 가시고
이제 3시간만 가면 다 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전 선원은 입항 준비에 분주한 때였다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위험을 알리는 선내 방송을 실시 한후
사태 추이를 계속 주시했다
등 줄기에는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

그런데 아! 이게 꿈인가 ?
생시인가 ?
두척의 고속초계정은 달려오면서
갑자기 기관총 사격에 이어 로켓포를 우리를 향해 발사 하는 것이 아닌가 ?
시뻘건 불덩어리가 날라오는가 싶더니
천지를 진동하는 로켓포의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반사적으로 나는 바닥에 엎드렸다

따따따 -------꽈꽝 !
계속되는 기관총소사
선체를 관통하는 로켓포의 파열음
자욱한 화약 연기와 치솟는 불길
순간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

나는 침착 . 침착해야한다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지만
몸과 마음은 사시나무 떨 듯 덜렸다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꽝하며 눈앞에서 불꽃이 번쩍하드니 선원이 쓰러졌다
날아든 파편에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나도 머리와 상의에 불이 붙어 온몸이 화끈거리며 앞이 컴컴했다
이것이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길인가 ?

나는 살고 싶었다
아니 살아야만 했다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자
어디가 제일 안전 할까 ?
상황을 파악할 수 없이 졸지에 당한 생사의 기로에서 빨리 로켓탄과 화염으로 부터
빠져나와 선수쪽으로 몸을 피할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갑판위에도 적재한 화물에 불이 붙어 불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빠졌다
갑판위에는 치솟는 불꽃과 매캐한 화역 냄세로 질식할 것 같았지만
용기를 갖고 화염을 뚫고 나가야 했다
무신론자도 아니면서 신앙과 멀었던 나
신이 존재한다면 죄 없이 살아온 나만은 무사하겠지
신이여 ! 힘을 주소서

그 때부터 추격 당하고 있는 탈주자처름
때로는 이리에 긴 양떼처름
죽음으로 부터의 대 탈출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생에 대한 본능이자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선수까지 불과 100여 미터의 거리가 몇년을 두고 헤쳐 나와야 할
고난과 역경 속의 대 장정의 길이었으며 어둡고 긴 하나의 터널이었다

약 3m 높이로 갑판에 적재한
활활 타오르는 화물을 은폐삼아 잘 훈련된 병사처름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이 낮은 포복자세로
전 선원 선수 쪽으로 이동했다
출혈이 심한 선원을 부축하며 평소 훈련한 대로 모두 신속하게 대피했다
아무런 사전 경고나 신호도 없이 100~ 200 m 정도까지 아주 가까이 접근하여
거주지역에 대한 무차별 집중공격으로
거주구역 전체와 갑판 상 화물의 대부분이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여 버렸다
찢어질 듯한 로켓포의 굉음이 약 30분 정도 들려 왔다



연이은 총소리
너무나 큰 충격에 놀란 내 가슴은 로켓포 소리 이상으로 크게 뛰고 있었으며
혹시나 군인들이 총을 들고 배위로 올라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선수창고 등에 몸을 숨긴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악몽의 지루한 시간이었다
공중에서 요란한 헤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확인 사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

재차 헬리콥터로 부터 공격이 있는걸로 생각하여
우리는 몸을 더욱 움추려야 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섣불리 몸을 노출시킬수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취재용 민간 헬기라고 외쳤다
우리를 겨냥한듯한 총구는 카메라의 망원렌즈였다
그제서야 선원들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인원파악을 해보니 몇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중에는 중상도 있었다
전원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거주구역 전체와 갑판상 화물이 화염에 휩싸여 기관실내의 air tank 연료 탱크와 보일러 등의 연쇄폭발 가능성
침수로 인한 선박의 침몰
또 있을지도 모를 제2의 공격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선수갑판에 모두 움추리고 앉아 불안한 마음으로 서로의 얼굴만 쳐다 볼 뿐이었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들은 즉각 2명의 견시 요원을 배치한후 화물을 이용
원시적인 방법으로 뗏목을 만들며
배의 침몰에 대비하고
대책을 논의 했으나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 했다
기관실 화재여부와 침수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는 항해사와 함께
거주구역 내로의 진입을 시도했으나
매캐한 연기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도저히 진입이 불가능하여
라이프자켓 하나 갖고 나올수가 없었다
발전기가 꺼졌다
결국 우리는 mayday maydaymayday 를 외치며
촬영하는 취재용 민간 헬기에 구조를 요청했다 ------------------------



                        중앙뉴스/ 신영수기자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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