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질곡처럼 이번엔 충돌하다 !

그대는
파도속에 잠긴 햇살이었다가
햇살속에 잠긴 파도이었다가 -------
물결타고 누운 그대 발자국따라
기쁨처름 밀려오는 뱃고동아 !

그대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피어나는 물꽃의 치부를 드러낸채
내일쯤은
바다숲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나 그대 찾아갈까 하네
그렇게 닻을 올리려 하네 ---------------

목포 앞바다
칠팔도를 통과하는 시간은 그때가 새벽 4시경 이었는데
바로 1등 항해사의 당직 교대 후 충돌 사고가 발생 한것이다
그 시간 나는 잠속에 빠져 있었는데
잠결에 기관의 운전음이 갑자기 멎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 선상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자기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긴장감을

신경 어느 부위속에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도
내 몸의 상태가 정상인 경우에는 거의 항해중 기관의 운전음이 정지하는 경우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법이다

내가 그때 침대에서 튕겨 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즉시 기관실로 전화를 거니
1등기관사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가 난 것 같은데요 "
"갑자기 기관정지 신호가 내려왔습니다"
나는 도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 무슨 사고의 연발이람 ?
얼핏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보트데크에 나가보니 칠흙같은 어두움의 바다 저쪽으로부터 희미하지만 똑똑하게
"사람 살리시오 ""사람 살려주이소 !'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2월의 녹녹한 습기를 머금고 선체를 휘어 감고 있었고
추위는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살속을 파고 들어왔다
즉시 본선의 정박등을 모두 켜고 서치라이트로 해상을 탐조하기 시작했다
소리나는 쪽의 해면에 희미한 물체가 떠 있는게 보였다

어둠속의 모습이라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충돌 시 선박의 잔해물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것이라고 판단 하였다
본선은 미속으로 그들에게 접근해 가기 시작 했다
선원들은 좌현 측에서 구명부이를 그들에게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바다는 꽤 강한 조류가 흐르고 있었으므로
본선의 마음먹은대로 조난자들의 곁에 다가서는 것이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니었다



몇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동안 새벽의 여명이 터 왔다
안개는 그대로 짙은 장막처름 본선과 온 바다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시야는 밤보다는 한결 밝아져 있었고
해상의 조난자 모습도 본선이 가까이 다가 설 때는 선명히 보였다
해상의 부유물은 충돌시 어선의 잔해인 휠하우스(wheel house)로 밝혀졌고
그 휠 하우스 상부에 전봇대 가늘기의 조그마한 마스터에 조난자 여섯명이 옹기종기
마치 코알라 곰처름 매달려 있었다

참으로 나는 그때 이 비극적인 장면에 어이 없게도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결코 즐거운 웃음은 될수가 없었고
나는 대형선박의 선장이고 저들은 겨우 2,3십톤 목선의 어선 선원이라 해도
함께 이 바다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바다를 사랑하며
때로는 저주하며 몸부림쳐야 하는 삶의 질곡에서 허덕이는 같은 동료로써
동병상련의 아픔이 내나이의 노회함으로 인해
눈물보다는 웃음으로 내 슬픔이 표현된 것이라 생각하였다



다시 본선은 그들에게 바짝 다가서기 시작 했는데
미속으로 향해 전진하던 본선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심한 조류로 인하여
목표지점에서는 십미터 또는 수십미터의 편차가 생겨
뜻한바 본선을 그들 곁에 바짝 붙혀 세우고
그들을 본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난망임을 느껴야 했다
여기 부언할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로 그때 본선에 엔진이 장착된
구명정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본선은 엔진없는 구명정이 있을뿐이었다

이 심한 조류에서 노를 저어 구명정을 조타하기는 불가능 했으므로
나는 본선에 예인라인을 걸고 구명정을 선미측에 매달아서 조난자를 구조해 보라고 했다
선미에 라인을 매달고 구명정을 끌고 다시 구조작업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기실 이 방법도 썩 만족할 만한 것은 못되었는데
본선이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크게 회두(回頭)를 할 때마다 선미측의 구명정은
전복할듯이 한쪽으로 기울곤 하니 구명정에 탓던 구조반원들은
자기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야단법석이 일어난것이다



구조반원들이 도로 자기들을 구조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헤프닝이 벌어졌으니
웃을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까스로 그들을 달래고 얼르고 하여 다시 시도하기 몇차례
본선이 그들 가까이 최지근 거리에 다가섰을때
본선선원이 잽싸게 구명부이를 그들에게 던졌다
그때 휠하우스에 매달려있던 한 건장한 젊은 선원 한명이 재빨리 헤엄치고 나와
그부이를 움켜잡았다
본선은 기관정지 상태였으나 미속의 타력은 지닌채였고
미속이라해도 그 선원이 부이를 움켜쥐는 순간 그 반동으로
본선에서 움켜진 라이프라인이 팽팽해졌다

그 선원은 역조류에 끓어오르는 파도의 포말을 뒤집어쓰면서도
죽어라 그 부이를 움켜쥐고 끌려왔으나 그 가느다란 라이프라인이
갑자기 썩은 새끼줄 터지듯
툭 ! 터져버린 것이다
그선원은 그대로 라이프 부이만을 끌어안고 본선에서 다시 멀어져 갔다
그 선원의 살모가 죽음의 운명은 그 순간 결정되었다

우리들은 다시 다섯 사람의 조난자들이 매달려 있는 휠하우스 쪽으로 다가섰다
이러한 시도가 수차례 수차 반복되다
드디어 조난자들은 라이프 보트에 구조되었고
그 즉시 본선으로 옮겨졌다
조난선원들은 거의 얼이 빠져 있었고 추위에 탈진 상태였다
제일 궁금한 것은 도대체 조난선박의 전 선원이 몇 명 인가였고
그들은 총원이 10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 해상에 떠 있는 한 사람을 합쳐봐야 총원 여섯 명밖에 안되니
네 명이 행방불명인 상태였다

충돌시 그들은 곧 선체와 함께 행방을 알수 없노라고 말했다
전원 기관부였다
기관부원들의 침실은 휠하우스 아래쪽에 있었다니
선체가 침몰시 그들도 함께 수장 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제 나머지 한 선원
라이프부이를 안고 있는 선원을 구조 하기 시작 했다

십여분 전 까지도 그는 손을 흔들어 대며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우리들이 다가서고 보니 그는 애잔스럽게도 머리를 물속에 파묻고
물결 흐르듯 흐느적거리기만 했다
나는 틀렸구나 하고 생각 했었지만 1분1초라도 빠르게 그 선원이 구조되면
혹시라도 응급처치로 살릴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애가타고 흐른는 시간이 안탔까웠다
드디어 그 선원도 구명정으로부터 본선에 옮겨졌다
사관휴계실의 책상 위에 눕히고 즉시 전신마사지와 인공호흡을 실시 하였다
숙달되고 이론적인 인명구조작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선원들은
중구남방으로 의견이 갈렸다.

전신마사지와 인공호흡은 필수적이고
손톱 발톱밑을 바늘로 질러보자는 등 항문을 살펴봐 항문이 열려있으면
인공호흡은 하나마나 라는 등 가슴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려보자는 등
그러나 나는 선원들에게 인공호흡과 전신마사지를
구조요원들이 올때까지 계속 할것을 지시하였다
우리누구도 그 선원이 죽었다고 신고할 자격이 없었기에 --------
얼마후 해경이 도착하고 상황청취가 있었고
곧 조난선원.사망자 그리고 본선 1등 항해사와 당직타수가
조사를 받기 위해 본선을 떠났다

이후 본사와 해경의 절충이 이루어지고 본선은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계속 하였다
이후 나는 많은 악몽에 시달렸고
해난심판을 받았으며
지금은 선상생활을 접고 육지에서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죽은 선원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이 글로 대신하며
사죄하는 바이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면허정지에 몇달의 옥살이도 하였으며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꽤나 오랜시간 방황 하였다

지금은 옛일들을 추억여행으로 다시 상기하며
선상생활 28년성상을 되돌아본다
지금도 오대양을 누비고 다닐
우리 많은 동료 선원들의 건강과 안항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자랑스러운 선원들이여 !
신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

                      중앙뉴스 / 신영수 기자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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