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 그리고 불명예를 안고

피지에서 솔로몬까지의 항해는 그야말로 그림처름
아름다운 호수를 가로지르는것 같았다
쪽빛의 남쪽바다는 은비늘의 물결을 곱게 세우고 있었고
간간이 날아오르는 날치떼들의 비상이
고요한 바다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세털구름은 하늘 높이 떠 있었고
바람은 미풍 그대로였다

겨울철 북태평양과 대서양의 그 악마구리 끓듯하는 바다와
이 얼마나 천양지 차이의 모습인가
자연의 오묘는 이런 곳에서도 얼마든지 느낄 수가 있었다
조오는듯한 바다 !
포세이돈 (poseidon)은 이미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 있어서
바다의 표면은 은밀히 아름다운 내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가락의 산타루치아를 불러봄직한 이른봄의 남태평양 바다는 아름다웠다
이따금 고요를 깨트리고 들려오는 갑판부의 깡깡해머 소리도
이런 날은 웬지 저 먼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러나 이 평화로움과 바다의 자비는 또다시 본선에 다가들 시련의
전주곡일 줄이야
우리들은 그때 꿈엔들 생각 했으랴 -----------------

솔로몬 노로항에서 일단 하역인부들을 싣고
목적항인 가오나수구항까지는 약 반나절의 항정이었다
노로항의 엥커러지로 접근하는 중 나는 잠깐 갑판상으로 나왔다
해안으로 펼쳐진 야자수 특유의 숲은 이국의 정취를 흡씬 느끼게 하였다
좁은 수로를 통하여 접근하는 수로 바로 옆으로는 푸른 산호초가 에메랄드빛으로 번쩍이며 스쳐 지나갔다



파일럿도 없이 자력조선으로 그 좁은 협수로를 용케도 빠져나가는구나 싶어
나는 무척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이윽고 인부들이 자기들이 먹을 식량과 취사도구들을 챙겨들고 본선에 승선 했다
본선의 목적항 카오나수구로 선수를 잡았다
인부들은 거의 원주민이었는데 폴리네시안계 검은 피부의 건장한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 노을을 배경으로 갑판상에 모여 앉아 노래들을 불렀는데
그 아름다운 화음에 나는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은은한 발라드풍의 그 합창소리는 석양의 노을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온 바다로 퍼져 나갔다

▲     © 신영수 기자

















다음날 아침
드디어 목적항 카오나수구한에 근접 하였다
이제까지의 고요한 바다는 조금 거칠어져 있었고
파고는 3~4m 의 파랑으로 변해 있었다
안벽시설이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해안에 묘박을 하고
선수와 선미를 육지의 적당한 돌기둥에 계류색으로 고정 시키고
부선으로 원목을 본선에 적재할 계획이었다
카오나수구항에서 영국인 파일럿이 승선 했는데
이 파일럿은 파일럿의 주된 도선업무와
하역인부들을 통솔 지휘하는 업무도 함께 갖고 있었는데
인부들을 하인 다루듯이 하여도 그들은 고분고분 순종하는 것 같았다



잠시후 첫 투묘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관 완전정지 신호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파일럿과 계류색의 길이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전 파이롯트가 본선 선원에게 호사길이를 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본선을 어떻게 계류할 것인지 설명이 없었다
본선이 보유한 계류색 길이로는 파일럿이 요구하는 묘박지에서는 해안까지
계류색이 미칠수 없는 것이다
잠시후 나는 본선의 앵커를 감아들이기 시작했다



본선 계류색이 미치는 지점까지 해안으로 더욱 다가서기 위함이었다
두번째 투묘지역에 앵커를 떨어트리자
강한 돌풍이 그 때 선미를 해안쪽으로 밀어부쳤다
해저는 고운 모래톱이었으므로 선미쪽이
해저에 닿는 충격은 느낄수 없었지만
스크류의 강한 와류로 부서져 올라오는 싯누른 황토빛 모래알의 모습으로
나는 직감적으로 좌초구나 하고 기관실로 뛰어내려갔다
"전속전진 ""전속후진" 엔진은 허덕이며 전 후진을 하고 있었다
주해수 선외변 시 체스타쪽이 막힌 탓이었다
"엔진에 다소 무리가 와도 좋다 "
"최대한 브릿지 오다데로 엔진을 사용하라"
"1기사에게 기관 사용에 대해 몇마디 지시를 한후 나는 다시 갑판상으로 올라갔는데
육안으로 보이는 육지의 표적물을 가늠하여
본선의 움직임을 확인해 봤으나 나의 판단으로는 미동도 않은 채 였다

그러나 다행히 본선의 선수는 외해로 향하여 묘박되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만조시에 엔진의 강한 추진력으로 이 사지를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
나는 생각해 봤는데 얼마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본선의 앵커가 다시 드르륵 드르륵 양묘되기 시작 한것이다
옳거니 !
이제 좌초지점을 벗어났구나 하고 생각 했는데 _------
다시 기관실로 내려갔는데 역시 기관사용 오더가 심상 찮았다
다시 갑판상으로 나와보니
맙소사 !

외해로 향하고 있던 그 선수마저 선미 좌초지점을 축으로 하여 반원을 그려
해안과 나란히 하고 있는게 아닌가
와해쪽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이제 본선의 측면응 정방향으로 강타하기 시작 했으며
본선을 해안으로 마구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측면을 때리며 비산하는 파도의 포말이
브릿지까지 튀어 올랐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순식간에 본선의 거대한 선체가
해안의 모래톱과 나란히 하여 해안의 방파제 꼴이 되어버렸으니
엔진을 아무리 전,후 변속으로 사용해도
이미 본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자력으로 이 좌초지점을 벗어나긴 틀린 것이다

만사휴의 !
본선은 좌초 된 것이다
잠시 본선구조에 대한 회의를 끝낸후 선원들은 본선 구조작업에 나섰다
본선은 파도의 힘으로 해안의 모래톱에 더욱 깊숙히 그 몸체를 묻고 있었다
해안에는 옹기종기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고
주민들은 난생처음 이 거대한 선박이
자기들 마을 앞 해안에 불쑥 올라온 모습을 신기로운 듯 구경하고 있었다
우선 첫 구조작업은 본선 계류색을 외해쪽 해변의 돌출몰에 단단히 고정 후
본선 윈드라스로 그 계류색을 감아 선수를 외해 쪽으로 돌려볼 심산 이었다
작업조로는 본선 갑판장 타수 2기사 조기장 등이 구명정에 몸을 싣고
해안으로 용약 출진하는 것으로 시작 되었는데
참으로 운 없게도 구명정은 파도 위에 가까스로 띄워 놓았으나
해안의 굴러오는 파도는 구명정을 몰아다 그대로 해안에 내동댕이 쳐버리고
선원들은 새앙쥐처름 구명정이고 뭐고 우선 자기살길을 찾아
겨우 해안으로 헤엄쳐 가기에 급급했다

파도에 밀려오는 구명정을 겨우 비상라인으로 해안에 고정 한 후 구조작업이랍시고
본선 계류색을 해안 돌출몰에 천신만고 끝에 고정 시킨 후 윈드라스로 잡아봤으나
터질듯이 팽팽해 오는 계류색의 탄성과 비례하여
본선의 선수는 마치 거대한 바위처름 끔쩍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좌초 첫 밤이 다가왔다

해안선에 내동댕이쳐진 선원들은 저녁도 굶고 해안에서 밤을 세워야 했고
불안과 당혹으로 허둥대던 선원들도 체념의 빛으로 각자의 침실로 돌아갔다
이날부터 본선은 열대의 작열하는 태양 빛 아래 움직일수 없는 고철덩이가 되어
장장 xx일간의 좌초선 신세가 되어야 했다



다음날 ~~
우선 육지와 본선의 교통편을 만드는 것이 시급 했다
해안에 방기된 선원들도 빨리 본선에 복귀하여야 했다
빈드럼통을 엮고 그 위에 발판을 만들었다
해안과는 튼튼한 라인을 본선과 연결한 후 그 라인을 따라
이 뗏목이 움직이도록 했다
본선이 보유한 a벙커유의 잔량이 걱정되어 발전기를 모두 정지 시켰다
대낮인데도 기관실 아래쪽은 어두웠다
기관작업이고 뭐고 선원들은 일손을 놓고
앞으로의 일들을 걱정 했다-----------------------

본선 선장인 나의 명예는 분명 실추된것이다
그러다 한국에서 본선구조작업팀이 도착했다
호주와 일본의 살베지 회사 기술자들이 몰려오고 본선은 다시 생기를 띄기 시작 했다 ----



                       중앙뉴스 / 신 영 수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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