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추락사 사망자들, 안타까운 사연 알려져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변을 당한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슬프게 하고 있다.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숨진 정연태(47) 씨의 친구 김모씨가 한 달 전 정씨 부부와 함께 남이섬으로 떠난 여행에서 밝게 웃는 정씨와 부인 권복녀(46·여)씨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슬픔에 잠겼다.

 

정씨의 친구인 김씨는 숨진 정씨가 "이렇게 자주 사진을 올려 부부 금실이 좋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며 "결국 쉬는 날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이들의 사고를 두고 안타까워했다.

 

유족 유모 씨도 정씨가 "초등학생 늦둥이를 포함해 삼 남매를 뒀는데 아이들이 걱정"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정씨의 부인 권씨는 애초 신원미상 사망자로 남아있다가 뒤늦게 신원이 밝혀져 부부가 모두 참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또다른 사망자로 알려진 A씨는 부인과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을 중국으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였다.

 

분당지역 한 엔지니어링 회사를 다니던 A씨는 내년 2월, 가족과 함께 살기위해 두 달전 전셋집을 구해 놓았다가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유족들이 안타까워했다.

 

A씨의 매제인 유모(48)씨에 따르면 사고로 고인이된 A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등 자식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외동아들, 외동딸들의 사고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주검이 된 조카 B(31)씨의 소식을 듣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찾아온 김모씨는 "사고도 사고지만 큰누나가 걱정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큰누나의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조카가 뒤늦게 대학과정 공부를 하러 다닌다고 들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B씨는 공연장을 찾은 친구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희생자 C(여)씨 역시 외동딸이었다.

C씨의 이모라는 한 유족은 "내가 하나뿐인 이모였다. 그 착한 아이한테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내 동생이 홀로 키워온 소중한 딸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런 사고에 빈소에는 유족들의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5개의 빈소가 차려진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유족들의 울음만이 가득했다.일부 유족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장례절차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있다.

 

한 유족은 "세월호 사고 때 안전사고 후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했으면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책임 있는 사람에게 확인한 뒤 답변을 주겠다던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독일을 순방중이던 남경필 지사는 순방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고인들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을 차례로 방문해 유족을 만나 '죄송하다'며 위로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사망자 가족들은 분당구청에 모여 앞으로의 장례절차 등을 논의했다.

 

/중앙뉴/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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